“자, 지도를 봐 주세요. 서울의 다른 지역은 녹색(아파트 단지)이 많은데 용산구는 대부분 노란색입니다. 노후 불량주택을 의미하죠. 근데 이것들이 앞으로 전부 아파트로 바뀔 겁니다. 눈 감고 찍은 다음에 아무데나 사면 된다는 말입니다.”
‘용산 개발 바람’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에 있는 부동산을 돌아다녀 봤다. 일부 중개업소는 서울시가 만든 용산 부도심 100만평 개발 계획은 물론 그럴듯한 ‘희망사항’까지 추가해 투자자에게 ‘바람’을 넣고 있었다.
실제 용산역 인근 땅은 요즘 평당 5000만원에도 매물이 없을 지경이다. 통일이 되면 고속철 용산역은 ‘아시아의 중심’, 즉 도쿄와 베이징, 모스크바를 잇는 중간 기착역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 효용성은 지금 환산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었다.
용산구 한강로 세계일보 터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는 한강과 미군기지 터에 들어설 녹지공원 모두를 조망할 수 있다는 말에 벌써부터 시공사에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또 이촌동 한강조망권 아파트들은 불황에도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기의 도시’와 ‘희망의 도시’ 사이에 용산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고속철 민자역사가 들어온다는 것 말고 아직 가시적으로 확정된 것은 많지 않다. 오히려 ‘불확실성’에 대한 고찰이 더 필요한 순간이다.
우선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재개발 조합원들이 국제업무단지처럼 개발 콘셉트가 확정돼 있는 곳에도 무조건 돈 되는 아파트만 지으려 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81만평이나 되는 미군부지도 ‘전체 공원화’를 꿈꾸는 서울시의 희망과는 달리 국방부는 절반 정도를 팔아서 이전비용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립공원’이 되지 않는다면 공원개발에 필요한 재원조달도 큰 숙제다. ‘철도청 차량기지가 교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아직까진 전혀 확정된 것이 없다.
개발이 끝나면 용산역 일대만 유동인구가 7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미 갖춰진 시가지에 88도로나 자유로 같은 도로가 새로 생기기도 어려운 만큼, 한동안의 교통 불편은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천지개벽’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