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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치하기엔 아직 어리다고?"

입력 | 2004-02-27 14:50:00


한쪽 옷깃에는 학교배지, 다른 한쪽엔 금배지를 단 여대생 국회의원이 탄생할까.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4학년 이주희(26)씨가 4월15일 치러지는 17대 총선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화제다.

만약 이씨가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당선돼 국회에 진출한다면 헌정사상 첫 '대학생 국회의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동시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26년4개월)도 6개월(25년10개월) 차이로 갈아치우게 된다.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당내 경선에 1호로 등록한 이씨는 “온갖 개인적 욕망과 부정부패로 점철된 국회에서 절망의 한국정치 현실을 보았다”면서 “국회로 들어가 기성세대의 낡고 썩어버린 정치를 뒤엎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학생운동권이라고 밝힌 이씨는 “과거엔 직접 거리에서 몸으로 부딪히는 운동을 했으나 요즘은 자기 삶의 영역에서 다양한 실천을 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나도 제도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직접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학생신분으로 국회에 들어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 “대학생은 정치하기에 아직 어린것이냐”고 반문한 이씨는 “세상을 많이 안다는 50~60대 보수정치인들이 연일 보여주고 있는 코메디 같은 정치가 아니라, 대중이 참여하는 참된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 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은 것과 관련, “오랜 기간 그 지역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오신 분들이 지역구 의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의 지역구는 대학이고 그래서 대학생을 대표해 비례대표로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에 대해, “노 대통령이 당선돼 기대했으나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모습은 과거의 대통령과 다를 것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정치적 신념이 없고 민의를 국정에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가 표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정치권에 대해서도 “말 그대로 돈, 특권,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공간에 모여 자신들만의 입장을 대변하고 부정부패를 일삼고 있다”고 단정하는 이씨는 “민생에 눈 돌리지 못하고 이런 정치행태를 계속한다면 결국 국민에게 외면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씨는 국회에 진출하게 되면 “일단 젊은층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많이 확보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서 “이를 위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18세로 낮추는 방안 등 여러 가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씨는 서울 면목동에서 태어나 고교시절까지 구로구에서 자랐으며 97년 대학에 진학했으나 경제적 사정으로 수차례 휴학해 현재 3학년2학기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민노당은 다음달 9~14일경 열릴 계획인 전체 당원 투표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결정하며 총선에서 비례대표 7~8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주희씨 비례대표 후보 출사표 전문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