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 6단(오른쪽)이 국수전 도전 4국에서 승리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최 6단은 1997년 프로 입단 당시 “가장 우승하고 싶은 기전은 국수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제공 한국기원
이창호 9단(29)의 관록일까, 최철한 6단(19)의 패기일까.
제47기 국수전 도전 5번기가 2 대 2 박빙의 접전을 기록하며 3월 2일 최종국을 남겨두고 있다.
두 기사 모두 최근 컨디션이 무척 좋다. 이 9단은 농심배에서 일본의 가토 마사오, 린하이펑 9단을 연파하며 한국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10월 18일 이후 16승3패(승률 84.2%). 최 6단 역시 기성전 도전자 결정전에서 류재형 6단을 이기며 이 9단에게 또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21승4패(84%). 서로에게 진 것 외에는 거의 승리를 거둔 셈이다.
4국까지 모두 흑을 잡은 쪽이 승리를 거두는 ‘흑번 필승’을 기록했다. 최종국에서 다시 돌을 가릴 때 흑을 잡는 사람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고수급에선 흑을 잡고 작전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 덤 6집반의 부담을 상쇄하고 남는다는 얘기다.
최 6단은 도전 2국에서 초반 발 빠르게 실리를 챙긴 뒤 백 세력에 뛰어들어 타개하는 ‘선 실리, 후 타개’ 전법으로 완승을 거뒀다. 흑을 잡은 이점을 최대한 이용했다.
주목할 점은 최 6단이 ‘이창호 잡는 법’을 나름대로 터득하고 있다는 것. 원래 최 6단의 기풍은 빠른 수읽기를 바탕으로 전투를 벌여 상대방을 제압하는 스타일. 그의 바둑이 대개 계가까지 가지 않고 불계로 끝나는 것은 이 같은 전투형 기풍 때문이다. 하지만 최 6단은 이번 도전기에서 평소와 달리 전투보다는 두텁고 침착한 바둑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흐름에 따라 둔다’고 말했지만 전문 기사들은 이 9단에 대해 나름대로 전략을 세운 것 같다고 진단했다. 최 6단은 “이 9단의 뛰어난 끝내기 실력을 두려워해 초반부터 싸움을 벌이다간 역공에 휘말려 일찍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며 “두터움으로 맞대응하며 찬스를 노려야 이길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이에 대해 “국수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만 말했다.
국수전 해설자인 김승준 8단은 “굳이 내기를 건다면 아직은 5.5 대 4.5로 이 9단의 우세를 점치고 싶다”며 “하지만 최 6단이 승리한 2, 4국 때와 같이 흑을 잡는다면 확률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