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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프로야구]이승엽 "변화구 감 잡았어"…시범경기 신경 안써

입력 | 2004-03-01 18:42:00


‘스스로 진화한다.’

이승엽(28·롯데 마린스)은 아직 일본말이 서툴다. 동료의 간단한 말이나 작전 지시는 ‘육감’을 동원해 알아듣지만 나머지는 에이전트인 김기주씨나 통역 이동훈씨를 통해야 한다.

말이 안 통하는 탓도 있지만 이승엽은 여태 보비 밸런타인 감독이나 코치들로부터 딱히 기술 지도를 받은 적도 없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한국에서 56발의 홈런을 터뜨린 ‘아시아 홈런킹’이 설령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타격 자세에 손을 댈 생각은 없다. 이승엽이 앞으로도 스스로 자신을 컨트롤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이승엽은 지난달 28일 요미우리전과 29일 다이에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경기의 성적은 6타수 1안타, 타율 0.167에 1볼넷 삼진 3개. 홍백전에서 16타수 8안타의 5할 타율에 3홈런 12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것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 어이없는 헛스윙도 많았다.

그러나 내용을 훑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승엽은 첫 경기인 요미우리전에선 철저하게 기다렸다. 처음으로 상대 팀의 투수가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감상했다. 1회 첫 타석에선 지난해 센트럴리그 신인왕 기사누키가 직구 승부를 했는데도 그대로 흘려보내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8회에는 무명의 고졸 불펜투수로부터 3볼에서 연속 3개의 스트라이크를 당했다.

이승엽의 ‘진화’는 다음날 다이에전에서 나왔다. 20승 투수 사이토를 맞이한 이승엽은 전날과는 정반대로 첫 타석 초구부터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모두 5차례 헛스윙 끝에 6번째 타격인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기다리던 첫 안타가 나왔다.

이를 본 양상문 롯데 감독이 “몸쪽 유인구에 속아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했지만 이를 전해들은 이승엽은 “오히려 걱정했던 변화구 대처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 시범경기용 타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다음 시범경기에선 이승엽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타격에 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 달간의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바로 돌아간 이승엽은 1일 휴식을 취한 뒤 2일부터 홈구장인 마린 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하고 4일 마쓰야마에서 한신 타이거스와 3번째 시범경기를 치른다.

후쿠오카=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