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 탁발 순례단’인 이원규 시인, 도법 수경 스님(왼쪽부터)이 지리산 노고단을 떠나 전남 구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들은 이번 탁발이 ‘고행’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순례단과 지역주민들이 편안하게 만나 얘기하자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구례=서정보기자
“밥 주고 잠잘 곳 주고 생명평화를 원하는 마음도 주면 됩니다.”
도법(道法) 수경(修耕) 스님 등 5명의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이 1일 지리산 노고단을 출발해 3년여 동안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전남 구례 등 지리산 일대 5개 면, 1500리 길을 50일 가까이 순례한 뒤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을 돈다.
수원대 철학과 이주향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날 노고단 행사에선 문규현 신부, 남영숙 목사, 원불교 이선정 교무 등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도법 스님은 ‘가는 말씀’에서 “순례단이 따뜻한 밥과 잠자리를 박차고 장시간 길을 떠나는 것은 이 시대의 화두인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모든 사람과 함께 가꾸자는 취지”라며 “탁발하는 우리에게 밥과 잠자리와 마음을 내주면서 자신을 비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경 스님은 이날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는 이기적 삶을 버리고 이웃과 함께하는 다르마(깨달음)의 삶을 살겠다’는 생명평화의 경(經)을 염송했다.
수경 스님은 “지난해 삼보일배(三步一拜) 때엔 자연과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나와 사회 구성원들의 참회를 기대했는데 새만금 방조제를 반대하는 것만 부각돼 아쉬웠다”며 “이번엔 구체적 사안과 관계없이 너와 내가 상생하는 방식의 하나로 탁발순례를 택했다”고 말했다. 수경 스님은 삼보일배의 후유증으로 무릎 부위를 다시 수술해야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라도 따라가겠다고 밝혔다.
순례단은 각 지역에서 지역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불우이웃돕기 행사, 민간인 학살 지역에서의 천도재 봉행, 유적지 방문 등의 일정을 갖는다.
구례=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