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연필로만 그린 만화 ‘추억연필-스케치북에 가득 담은 소중한 기억’을 펴낸 권태성씨. 그는 “사람이 살면서 겪는 게 비슷하기 때문인지 내 개인적 추억들이 독자의 공감을 얻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사랑하는 이들이 항상 먼저 떠나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에 대한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그려두고 싶었어요. 추억 속 흑백사진의 느낌을 살리려고 연필로 작업했죠.”
만화가 권태성씨(30)가 흑백 에세이툰 ‘추억연필-스케치북에 가득 담은 소중한 기억…’(화남)을 펴냈다. 이 책은 자신의 홈페이지(www.overkwon.com)에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8월부터 연재해온 작품들을 모은 것.
보통 웹툰과 달리 펜터치나 채색을 하지 않아 ‘아날로그’ 인상을 준다. 2B와 샤프펜슬로 그린 부드러운 선과 동글동글한 캐릭터가 정겹다. 캐릭터는 단순하나 여러 가지 앵글로 연출해 단조롭지 않다.
그동안 권씨의 곁을 떠난 강아지, 할머니, 어머니에 대한 슬픈 추억이 잇따라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좋아하던 여자 아이나 훈련소시절 면회 온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에피소드들도 나온다.
이 작품을 인터넷으로 접한 독자들은 “잠시나마 추억에 잠기고 동심을 되찾게 해주는 게 매력”(‘한일군’), “한참 들여다보고 웃기도 하고 입술을 깨물기도 합니다(눈에 뭐가 들어가서….)”(‘미니검객’)와 같이 호평했다. 거기다가 흑백 연필만화라는 점이 돋보여 홈페이지에 연재되고 있는 여러 작품들 중 이 작품이 그의 첫 책이 된 것.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씨는 “원래 눈물이 별로 없지만 작품을 그리면서 많이 울었다”며 인터뷰 중에도 옛 추억이 떠오르는지 잠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가 아끼는 부분은 9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이야기 ‘봉숭아꽃’과 ‘꿈속에서’다. 그는 ‘어머니는 나의 신앙’이라는 말로 진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권씨는 ‘만화가게집 아들’이었다. 매주 들어오는 신간 중 자신이 ‘재미있다’고 평한 것들만 가게에 진열됐다. 그는 1999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의경으로 복무할 때 내무반에서 처음으로 펜을 잡았다.
그는 지금 학습지 방문교사로 초등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부업도 하고 있다.
“학생들이 홈페이지에 와서 ‘샘(선생님), 멋져요’라며 글을 남기긴 하는데, 강아지 캐릭터가 나오는 다른 만화가 더 좋은가 봐요. ‘추억’에 공감하려면 좀더 나이가 들어야 하나봐요.”
첫 책은 에세이툰으로 냈으나 그의 목표는 극화다.
“‘기생수’의 이와아키 히토시, ‘한강’과 ‘무당거미’의 허영만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특히 ‘무당거미’는 예술의 차원입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