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행방불명자 관련 보상을 위한 광주민주화운동 법안이 2일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온 김정길 회장. -김미옥기자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광주 5·18 행방불명 가족회’ 김정길(金正吉·59) 회장은 이날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개정 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깊은 숨을 내쉬었다. 지난 6개월여 동안 생업도 포기한 채 국회 의원회관에 출근하다시피 한 결실을 보게 된 것.
김 회장은 “법안 통과로 20여년 동안 고통을 받은 행방불명자 가족들이 이제 두 다리를 뻗고 쉴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980년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 이후 행방불명된 사람들의 가족에게 지난 세월은 참기 힘들었다. 5·18 운동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된 것도 이들에겐 ‘남의 집 잔치’였다.
행방불명자에 대한 보상신청은 1988년 노태우 정권 때 시작돼 2000년까지 4차례에 걸쳐 이뤄졌지만 지금까지 전체 보상신청자 465명 가운데 ‘5·18 관련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고작 70명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행정 착오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명단에서 누락됐고 이들 가족의 보상 신청 기한은 지나가 버렸다.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러 의원을 만났다. 결국 민주당 김충조(金忠兆) 의원이 같은 달 29일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보상신청을 하지 못한 피해자들을 위해 2000년 2월까지로 돼 있던 보상금 신청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법률 개정은 무리’라는 재검토 요구가 이어지는 등 법안 심사 과정의 어려움은 계속됐다. 입법 관련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김 회장은 “보상을 받지 못한 행방불명자 가족들이 하루빨리 보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돕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