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2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폐막한 ‘북한 인권·난민 문제 국제회의’에서는 탈북자 5명이 눈물을 흘리며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했다. 지난달에는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가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정권’으로 북한을 지목했고, 영국 BBC방송은 생체실험 의혹 보도를 통해 세계인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북한의 인권 참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분(公憤)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정작 한국은 북녘의 현실을 외면하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민족’을 그토록 강조하는 국내 일부 세력이 유독 북한 인권상황에 침묵하는 것도 외국인들 눈에는 기이하게 비칠 것이다. 이러다가 한국마저 국제사회에서 ‘이상한 나라’로 낙인찍히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는 그동안의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북한 인권 개선을 대북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은 핵이나 경협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중요한 현안이다.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 아니라 주민에게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이를 위해 대북 지원 및 경협을 인권문제와 연계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바르샤바 회의는 유엔에 북한 인권문제를 전담하는 특별보고관 자리가 신설되도록 세계 각국의 인권단체들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가 이 같은 국제적 연대활동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인들은 흥분하고 동족인 한국인은 숨을 죽이는, 이런 한심한 상황은 이제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