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살…육상 선수로는 이미 끝났지…1940년 도쿄올림픽이 중지되었을 때, 선수로서의 내 생명은 끝났어…하기야 지금은 진짜 목숨이 위태롭지만, 하하하하.”
나이든 죄수는 감정 없는 소리로 웃었다.
“운이 없었다고, 그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군요…메달을 딸 실력이 있었는데….”
“운이 없었다…그럴지도 모르지…돌아보면…아니, 이젠 돌아보고 싶지도 않아….”
해가 완전히 기울고 나자 감옥 안은 어느 틈엔가 숨어든 밤의 어둠에 파랗게 물들어, 눈과 볼에 얻어맞은 멍이 남아 있는 두 죄수의 얼굴이 한층 창백하고 비참하게 보였다.
“친구인 김원룡은 런던올림픽에 출전했지…형제가 나란히 말이야…형 원룡은 높이뛰기에, 동생 원권은 삼단뛰기에…둘 다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그래도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꿈은 이뤘으니….” 나이든 죄수는 튀어나온 미골을 의식하면서 두 손으로 딱딱해진 허벅지를 문질렀다.
“런던 올림픽이 끝난 직후였죠…이승만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김일성이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주석으로 취임한 것이….”
“…그랬어…런던에서 돌아온 김원룡이 나를 김구 선생 댁으로 데리고 갔었지…서울 서대문에 있는….”
“김구 선생이오?”
“김원룡은 황해도 해주에서 광산을 하는 양반집 장남이었어, 김구 선생도 해주 출신이니까, 조상 대대로 아는 사이라고….”
“그럼, 직접 말씀도 나눴겠네요? 어떤 분이셨습니까?”
“손아래인 내가 어떻게 평가를 하겠는가…잔뜩 긴장하고 있어서…내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조차 기억에 없어…하지만 김구 선생이 하신 말씀은 잘 기억하고 있지….”
“뭐라고 하셨는데요?”
“돈이 필요하면 돈을 만들고 사람이 필요하면 사람을 만들라고.”
“…오오, 그래요.”
“헤어질 때는, 잘 하라고….”
“잘 하라….”
“딱 한 번밖에 만난 적이 없지만, 암살당했다는 호외를 봤을 때는, 손이 떨리고 눈물이 쏟아지더군….”
“항일운동에 목숨 바친 분이 동포의 손에 죽다니…참 몹쓸 세상입니다.”
글 유미리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