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진영간의 대립, 인터넷 세대의 정치세력화, 불법 정치자금으로 대변되는 낡은 정치관행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4·15총선은 경제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변화를 몰고 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보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소장 김세균 교수·정치학)와 공동으로 17대 총선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국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조망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우선 2일까지 정치개혁특위서 합의된 새 정치관계법이 가져올 선거환경 변화의 긍정적 측면과 예상되는 부작용을 짚어본다.》
▽1인 2표제=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에게 1표,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보고 맘에 드는 정당에 1표를 행사하는 제도다. 지역구 후보는 A당 후보를 찍지만 정당투표에서는 B당을 택할 수 있게 됨으로써 지역구에서는 인물본위로 투표하고, 비례대표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정당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영호남에서 각각 지역구 후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람을 택한 유권자가 정당투표로는 열린우리당을 찍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일정한 정당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등이 정당투표에 의해 의석을 획득,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11월 중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지역구에서 168석을 얻어 105석을 얻은 민주당에 이겼지만, 비례대표는 민주당이 자민당의 69석에 비해 3석 많은 72석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예비후보자 제도=정치신인도 예비후보자로 선관위에 등록하면 선거 120일 전부터 제한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해짐으로써 ‘현역의원은 날게 하고 신인은 발목을 묶는’ 불평등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예비후보자는 자신의 명함을 직접 돌릴 수 있고, 인터넷과 홈페이지를 통한 선거운동도 가능하다. 반면 현역의원들은 더욱 치열한 신인의 도전을 염두에 두고 평소부터 지역구 표밭갈이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구당 폐지=지구당 폐지가 동원형 정치의 폐단까지 없애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발적 당원이나 지지자가 별로 없는 우리 정당의 현실에서 선거운동은 사실상 고용된 선거운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선거운동과 자금흐름은 더욱 음성화된 유사지구당 및 비공식적인 사조직들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선거사무소가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선거기간 중 운영되고 사라지지만, 한국의 경우 일본에서처럼 지구당 간판을 떼어낸 후원회로 둔갑하면서 정치인의 사조직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크다. 이는 또 정당의 하부조직을 부실하게 함으로써 정당정치의 약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합동연설회 정당연설회 폐지=옥외 대중집회 금지에 따라 후보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발품을 팔아가며 선거구를 구석구석 돌아다녀야 한다. 일본에서 ‘도부이타 선거(집 문턱 드나들기 선거)’라고 불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후보들의 정책 능력을 상호 검증 비교할 수 있는 정책토론회와 같은 검증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후보들은 개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개인후원회형 선거운동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선거운동 실명제=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있는 데다 실효성 여부를 둘러싸고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인터넷 전체를 실명화할 수도 없을 뿐더러 우편물과 달리 동시에 다수의 수신자에게 발신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치고 빠지기형’ 메시지 살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