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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인간배아 줄기세포 추출한 황우석교수팀

입력 | 2004-03-02 19:00:00

‘황우석 패밀리’의 강성근 이창규 이병천 교수(왼쪽부터)가 2일 도립(倒立) 현미경을 통해 체세포를 관찰하며 배양 상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안철민기자


인간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과학사에 큰 획을 그은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黃禹錫·51)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을 ‘패밀리’라고 부른다.

45명 패밀리의 보스가 황 교수라면 이병천(李柄千·40) 강성근(姜成根·35) 이창규(李昌奎·38) 교수는 중간보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황 교수의 수제자인 이병천 교수는 1999년 2월 황 교수를 도와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킨 주역으로, 이 패밀리의 ‘성골(聖骨)’로도 불린다.

다른 두 교수는 황 교수가 연구 영역을 넓히면서 영입된 케이스. 강 교수는 수의생물공학이 전공. 원래는 수의학과의 다른 스승 밑에 있었지만 박사 과정 4년 동안 무려 4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부지런함에 반한 황 교수가 영입했다. 이창규 교수는 농생명공학부 소속이다. 그는 유전자에서 특정 부위를 제거하는 ‘녹아웃 기법’의 권위자다.

세 사람에게는 ‘황우(黃牛) 사단’의 다른 식구들과 마찬가지로 일요일도 공휴일도 없다. 원래 일요일은 돌아가며 쉬도록 돼 있지만 일이 너무 많아 쉴 수가 없단다. 이들은 3·1절에도 세 군데의 세미나에 참석해 파김치가 되도록 일해야 했다.

“사흘 이상 연휴가 아니면 쉴 수가 없고, 도축장이 문을 열면 일해야 한다. 그런데 도축장은 추석, 설날 연휴에 더 바쁘기 마련이니 우리에게는 명절도 없는 셈이다.”(강 교수)

이들은 황 교수의 출근에 맞춰 오전 6시 출근하고 곧 이어 30분 뒤 회의를 시작한다. “7시부터는 각자 연구에 들어가지만 황 교수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2시간 동안 영어 공부를 한다. 3년이 넘은 일이다. 황 교수는 일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하고 프랑스어에도 능통하다. 영어 실력도 상당하지만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어떻게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겠는가.”(이창규 교수)

퇴근 시간은 대개 밤 11시. 몸살기가 생겨 어쩌다 일찍 귀가하면 부인이 “저녁 들고 다시 나가느냐”고 물을 정도다. 자정 무렵에 근무 중인 연구원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도 낯익은 풍경이다.

이들은 해외 학회에 참석할 때에도 일절 다른 여가를 즐기지 못하고 일에 매달린다. 2001년 미국의 9·11테러 사태 이후 공항 검색이 심해진 탓에 이제는 불가능해졌지만, 그 전까지 이들은 미국 출장 때마다 컵라면과 110V용 냄비, 쌀을 꾸려 갖고 다녔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학회 전날 밤 또는 학회 당일 아침 일찍 ‘싸구려 호텔’에 도착해 컵라면에 공깃밥을 먹고 학회장으로 향했다. 요즘도 ‘인스턴트 쌀밥’을 갖고 다닌다.

‘중간 보스들’은 요즘 인간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일부 시민단체나 윤리학자들이 제기하는 비난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8세기에는 착상 이후의 배아를 ‘생명’으로 봤지만 지금은 그 기준이 수정란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시험관 아기 시술에 처음 성공했을 때 종교계에서는 경악했지만 지금은 어떤가. 중요한 것은 인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다.”(강 교수)

이병천 교수는 “요즘 하루 3, 4건의 격려 전화를 받는 것이 큰 힘이 된다”며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난치병에 걸린 중학생 아들을 위해 매일 새벽기도를 했는데 최근에는 황 교수 팀의 연구가 잘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곁들인다고 전해 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이들의 가장 큰 부담이다. 이병천 교수는 “박사 과정 때 아내에게 ‘교수만 되면 해외학회 때 꼭 한번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미안해하면서 ‘이들의 부인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소개했다. “안사람들끼리 서로 친하다 보니 남편들 모두가 일에 묻혀 산다는 것도 알고, 딱히 비교할 다른 대상도 없기 때문인지 큰 불만은 없는 듯하다. 패밀리의 아내들은 가장(家長) 역할을 겸해야 하므로 강하게 살아간다.”황 교수는 이 부인들을 위해 연말에 식사 자리를 마련해 “남편을 1년만 빌려 달라”고 부탁한다. 부인들은 ‘1년 약속’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남편들의 연구가 과학 발전과 질병 퇴치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기에 짐짓 모른 체하고 속아 넘어간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이병천

△서울대 수의학과 졸, 동 대학원 박사 △미국 미네소타대 박사 후 연구원 △일본 도쿄대 외국인 연구원 △현 서울대 수의학과 부교수

▼강성근

△서울대 수의학과 졸, 동 대학원 석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의학 박사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후 연구원 △현 서울대 수의과학대 동물병원 수의학과 조교수

▼이창규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졸, 동 대학원 석사 △미국 텍사스 A&M대 박사, 동 대학 박사 후 연구원 △현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