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고속철 개통 D-29]저속구간 축소-요금할인 개선 과제로

입력 | 2004-03-02 19:08:00


고속철도 개통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92년 6월 착공해 약 11년10개월 만인 다음달 1일 첫 기적을 울리게 됐다. 한국 지형에 맞게 개조된 한국형 고속열차(KTX)는 서울∼대전 구간을 50분 만에 시속 300km로 주파하게 된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운행시간 단축 등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되지만 당초 계획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개통될 예정이어서 ‘총선용 조기 개통’이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해결할 과제도 적지 않다.

▽고속철 노선은?=4월 1일 1차로 서울∼대전(160.8km), 대전∼대구(133.3km)가 개통된다. 호남선의 서대전∼목포, 경부선의 대구∼부산은 기존 선로를 활용해 고속열차가 저속(시속 160km) 운행한다. 대구∼부산 공사는 2010년경 완공될 예정이다. 대전∼목포 공사 계획은 신행정수도가 확정된 이후 세워진다.

▽시속 300km=시속 300km에 도달하면 기관사는 조종석에서 전방시야에 조그만 점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때 인간의 감각으로는 운전이 불가능하다. KTX는 고속 운행시 운전의 90% 이상을 컴퓨터가 담당한다. 기관사는 컴퓨터를 관리하는 감독자의 역할만 한다.

이 속도에서는 조금만 균형이 깨져도 열차가 심하게 떨면서 탈선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KTX는 주행 중 0.8g 이상의 충격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속도를 늦춰 충격을 완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선로에 50km 간격으로 설치된 센서가 열차 바퀴의 온도가 7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경고음을 기관사와 중앙통제실에 보낸다. 온도가 90도 이상이면 자동으로 열차를 정지시킨다. 이 밖에 기상, 장애물 감지장치 등이 날씨가 운행에 적합하지 않거나 선로에 장애물이 있으면 자동으로 열차를 제어한다.

열차 조종실에서 기관사가 주기적으로 페달을 밟거나 스위치를 누르지 않으면 컴퓨터가 해당 열차와 뒤따라오는 열차들을 모두 정차시키고 중앙통제실에 경보를 울린다. 기관사가 졸거나 심장마비로 쓰러지더라도 열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데드 맨(Dead man)’ 시스템이다.

▽수정해야 할 오류=고속열차는 1초에 80여m를 달리기 때문에 기관사가 신호를 보고 운전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자동열차제어장치(ATC·Automatic Train Control)가 선로의 상황 및 운행 계획에 따라 열차의 컴퓨터에 신호를 전달해 자동으로 고속열차를 제어한다.

그런데 최근 저속으로 운행하는 기존 선로에서 열차의 컴퓨터가 중앙 컴퓨터의 신호를 제 때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가 발생했다. 전동열차에 있는 12개의 모터를 제어하는 부품인 ‘모터블록’에서도 전원이 끊겨 일부 모터가 정지하는 오류도 발생했다.

건설교통부 이종국 고속철도운영전담팀장은 “이 오류들은 1998년부터 시험운행을 하면서 발견된 여러 가지 오류 가운데 일부일 뿐”이라며 “4월 1일 이전에 모든 오류를 완벽하게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문제=1994년 6월 차량 도입 계약 당시 서울∼시흥만 기존 선로를 활용하고 나머지 전 구간을 완공해 2002년까지 개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등으로 계획이 수정되면서 총운행구간의 45%를 기존 선로를 사용해 개통하기로 했다. 개통 시기도 4월 1일로 바뀌면서 열차 제작사인 프랑스 알스톰사와 계약을 바꿀 필요가 생겼다. 또 고속열차가 기존 선로를 달리면 바퀴 등 부품의 마모 속도가 2배가량 빨라져 부품 공급 계약도 다시 맺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철도청은 개통 30일을 앞둔 현재까지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알스톰사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알스톰사는 한국측이 공사계획을 자주 변경했어도 시한을 맞춰 부품 등을 공급한 데 대한 인센티브와 부품 공급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청 고속철도기술관리본부 정용완 본부장은 “원칙에는 양측이 모두 합의한 상태이며 최종 계약서의 문구를 놓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월 1일 개통 이전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열차 운행횟수는 대폭 감소=서울 용산 부산 목포 등 KTX가 정차하는 역사에는 광장이 사라진다. 역사 문 바로 앞에 버스나 택시가 서게 된다. 또 주요 도시에 대한 ‘1박 출장’이 사라지는 등 국민의 생활 패턴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하지만 승객들은 요금체계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운임의 60%를 깎아주는 30일 정기권은 실제 탑승일이 아닌 탑승기간 기준. 따라서 서울∼대전을 통근할 예비 승객들은 탑승 횟수를 기준으로 하여 더 할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소년이나 노인이 할인을 받으려고 6개월에 한 번씩 보증금 2만5000원을 내는 것도 불만 사항이다.

또 영업수익을 위해 열차에 많은 좌석을 고정 배치해 좌석 간격이 좁고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기존의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의 운행편수가 크게 줄어들어 이들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많은 불편을 겪게 됐다.

건설교통부측은 “일단 고속철도를 개통한 이후 승객의 만족도를 조사해 문제점을 고쳐나가겠다”는 입장이어서 승객들은 상당 기간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숫자로 본 고속철▼

▽20량=고속열차는 20량으로 한 편성을 이룬다. 동력차-동력객차-일반객차 16량-동력객차-동력차 순으로 연결돼 있다. 동력객차는 절반이 기계실, 절반이 객실인 차량.

▽52만명=2010년 서울∼부산 전 구간에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하루에 열차가 수송할 수 있는 승객 수. 편성당 승차 정원×240회×왕복×1.15(좌석당 예상 승객 수)로 산정.

▽46편성=철도청이 현재 보유한 열차 수는 46편성. 철도청은 수요에 따라 투입량을 결정할 계획. 12편성은 프랑스 알스톰사가 제작했다. 나머지 34편성은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컨소시엄인 한국철도차량주식회사가 알스톰사의 감리를 받아 국내에서 만들었다.

▽388m=열차 한 편성의 길이.

▽935명=열차 편성당 최대 승객 수.

▽148=고속철도에 건설될 교량 수.

▽112km=교량 전체 길이.

▽83=고속철도에 건설될 터널 수.

▽시속 213km=2010년 서울∼부산 전 구간에 고속철도가 완공될 경우 이 구간 평균 운행속도.

▽189km=터널 전체 길이. 가장 긴 터널은 부산에 건설될 금정터널(18.53km).

▽시속 154km=4월 1일 개통될 고속철도의 서울∼부산 구간 평균 운행속도.

▽447억원=km당 사업비. 건설비용과 열차 구입비 포함.

▽7km=이론적으로 열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U턴할 때 필요한 최소 회전반경.

▽4분=설 추석 등 명절과 휴가철 고속열차 운행 간격. 4월 1일 개통 직후 12분 간격 운행.

▽2009년=고속철도 개통 이후 흑자 전환 예상 연도.

▽2015년=투자 원금 회수 예상 연도. 이때 누적흑자를 내더라도 건설기간에 빌린 부채상환은 개통 27년 뒤인 2031년에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