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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동서남북/'솔로몬의 재판'을 기다리며…

입력 | 2004-03-03 00:29:00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울산지법 111호 법정.

경남 양산시 천성산을 관통하도록 설계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대구∼부산) 착공 중단을 요구하며 제기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일명 도롱뇽 소송) 6차 심문이 열렸다.

지난해 10월 제기된 이 소송은 천성산에 살고 있는 도롱뇽과 소송을 대신할 ‘도롱뇽의 친구들’ 등이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것.

자연(도롱뇽)이 인간을 상대로 처음 제기한 이번 소송은 결과에 따라 국내 환경운동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 틀림없다.

소송을 주도한 지율(知律·내원사) 스님은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서를 근거로 한 기존 고속철도 노선은 원인무효이며, 만약 고속철도가 천성산을 관통하면 수천 년간 보존돼온 무제치늪은 물이 빠져나가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율 스님은 지난해 두 차례 부산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산 지표에서 300여m 지하에 터널이 건설되기 때문에 환경피해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구성된 노선재검토위원회도 3개월간의 조사 끝에 “우회 노선은 대규모 아파트와 공단 지하를 통과하게 돼 또 다른 민원과 환경피해가 예상된다”며 “기존 노선이 최적의 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부산과 울산시의 공무원은 “기존 노선대로 건설될 것으로 보고 역세권 개발계획을 수립한 상태”라면서 “노선이 변경될 경우 그 혼란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일반 시민들 중 상당수는 만약 노선이 변경된다면 천성산에 살고 있는 도롱뇽은 보호받을지 모르지만 변경 노선 위에 살고 있을 다른 수많은 동·식물은 또 어떻게 보호할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의 의사와 어긋나는 (환경)운동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해 2년여 간의 사패산 터널공사 반대 농성을 풀면서 한 보성(寶城) 스님의 이 말이 ‘도롱뇽 소송’을 지켜보면서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달 중으로 최종 결론이 날 이번 소송에서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줄 ‘솔로몬의 재판’이 나올 수 있을까.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