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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연승감독…김철용 前배구감독-신치용 감독

입력 | 2004-03-03 18:17:00

김철용 前LG정유 감독 - 동아일보 자료사진


《스포츠에서 모든 지도자의 꿈은 지지 않는 것. 지도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도 ‘연승 감독’이다. 하지만 연승 기록은 종목에 따라 다르다. 최근 삼성화재가 70연승 고지에 오르며 실업배구 겨울리그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을 경신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배구에서 연승은 다반사. 김철용 여자대표팀 감독(전 LG정유 감독)이 이끌었던 일신여상의 118연승은 모든 구기종목을 통틀어 역대 최다 연승기록이다. 이에 반해 프로축구는 9연승이 최다이고 프로야구도 16연승이 고작. 농구는 그나마 고려대가 70년대 말 49연승을 기록했다. 축구에서 연승이 쉽지 않은 것은 골이 많이 터지지 않는데다 무승부가 많기 때문. 그렇다면 점수가 많이 나는 야구는 왜 그럴까.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야구는 투수의 역할이 중요한데 한 투수가 연달아 던질 수가 없다”며 “장기 레이스에서 선발투수가 번갈아 가며 공을 던질 수밖에 없고 투수간의 편차가 큰 것이 연승이 적은 이유”라고 설명했다.연승에도 비결이 있는 걸까? 또한 연승감독은 기분이 늘 좋을까? 일신여상 118연승의 주인공 김철용감독과 새로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을 통해 연승의 비결 및 연승감독의 심리학을 알아본다.》

▼“자만하니까 지더군요”…‘연승마술사’ 김철용 前배구감독

“스포츠에서 정상에 올랐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자만입니다. 지도자나 선수들이 자만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오를 곳이 무한히 남아있습니다.”

김철용(49) 전 LG정유 감독은 “연승의 가장 큰 적은 자만”이라고 말했다. 기록이란 언젠가 반드시 깨지게 돼 있는 것. 하지만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갈고 닦는다면 연승은 쉽게 깨질 수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지론이다.

사실 김 감독은 한국 스포츠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연승의 마술사’다.

80년대 일신여상 감독 시절 118연승이란 대기록을 이끌었고 LG정유 감독이던 91년 이후 4년1개월 동안 무패행진을 달렸다. 당시 수립한 기록이 93연승. 그중 겨울리그만 69연승을 기록했고 이번에 그 기록이 삼성화재에 의해 깨졌다.

김 감독의 연승 비결은 바로 철저한 기본기훈련. 김감독은 “지금의 삼성화재도 끊임없는 기본기 훈련으로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이 최고 수준에 오를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처럼 김 감독에게도 승리는 영원하지 않았다. 95년 슈퍼리그 당시 세터 이도희가 경기 중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SK에 덜미가 잡힌 것. 선수들도 “SK쯤이야”하며 상대를 얕잡아봤다. 당시 팀에서는 94연승을 당연시하며 거창한 행사까지 준비했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선수들의 자만심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김 감독에게 당시의 뼈아픈 기억은 지금도 생생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할 때란 것을 잊은 결과입니다. 선수와 지도자는 이길수록 겸손해야 하는데…. 매너리즘에 빠지면 상대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몰랐던 거지요.”

김 감독은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에게 “처음의 자세를 잃지 말라”고 충고했다. 김 감독은 신 감독과 부산성지공고-성균관대 동기.

“스포츠는 기록을 놓고 다투는 전쟁과 같습니다. 각 팀들은 특정 팀의 연승기록을 저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게 되고 그래야 발전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누군가는 연승을 해야 합니다. 당하는 쪽에서는 아프겠지만….”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연승기록? 스트레스죠”…70연승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삼성화재 신치용감독 - 동아일보 자료사진

삼성화재 신치용(49) 감독은 70연승을 앞둔 지난 주 “연승 기록에 가까워질수록 부담이 엄청나게 가중되고 있다. 연승 기록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지난달 29일 V투어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70연승으로 배구 역사 신기원을 연 뒤의 심정은 어땠을까. 신 감독은 70연승을 달성한 순간 “최근 높았던 혈압이 다 내려가는 것 같다. 100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호기를 부렸다.

그러나 3일 전화선을 타고 흐르는 신 감독의 목소리는 다시 신중해져 있었다. “여기서 다시 욕심을 부리면 선수들을 괴롭히는 것인데…”

하지만 차분히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그의 청사진은 바로 ‘100연승 달성.’

“올 시즌에는 김세진과 신진식이 모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사실 처음부터 욕심을 버렸습니다. 6차 투어까지 두 번 정도 우승하면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몇 차레 고비를 넘기면서 ‘5차 투어에서 우승만 하면 기록을 세우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지요.”

삼성화재는 결국 마지막 고비였던 현대캐피탈전에서 세트 스코어 0-2로 뒤지다 내리 3세트를 따내는 극적인 역전승으로 목표를 달성했다. “70연승까지에는 고비가 10여 차례 있었습니다. 이제는 80연승이니 90연승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앞으로 100연승은 해야 가치가 있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올 시즌 우승은 물론이고 내년 시즌까지 전승을 거둬야 가능하다.

신 감독이 이처럼 자신감에 넘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다. 신 감독은 평소 “누구도 무섭지 않지만 선수들만은 무섭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지도자가 원칙과 정도를 걸어야 선수들을 따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감독은 그래서 지금까지 선수들 앞에서 했던 약속은 반드시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훈련장에 나오면 선수들과 똑같이 땀을 흘렸다. “연승의 비결은 따로 없습니다. 그저 상식선에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요.”

주요 구기 종목 최다 연승 기록 (2004년 3월 3일)종목최다연승기록팀명기간프로축구9성남 일화2002.11.10∼2003.4.30울산 현대2002.10.19∼2003.3.23프로야구16삼성 라이온스1986.5.27∼6.14프로농구(남자)11KCC 이지스(전 현대)1997.11.23∼1997.12.20SK 나이츠2001.12.6∼12.29프로농구(여자)16신세계2000.7.3∼2001.1.19아마농구49고려대1977.12∼1979.7실업배구70삼성화재2001.1.2∼2004.3.21아마배구118일신여상1981.4.1∼1985.3.24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