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다시 돌아온 고종수는 “나를 알아주는 차범근 감독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 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종수야, 잘 왔다.”(차범근 감독)
“감독님, 속 썩여 죄송합니다.”(고종수)
‘반항아’ 고종수(26)가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 품에 안겼다. 98프랑스월드컵 때 당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차 감독의 지도를 받은 뒤 5년7개월여 만이다.
고종수는 차 감독이 애지중지했던 선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린 나이에 프로에 뛰어 들었지만 기죽지 않고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휘젓는 고종수가 맘에 들었던 것. 게다가 감각적인 패스와 자로 잰 듯한 프리킥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차 감독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주위에서 “너무 고종수만 감싼다”는 비난을 들었을 정도였다.
고종수가 지난해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국내로 돌아온 뒤 안양 LG로 가겠다고 했을 때 차 감독이 “꼭 잡아야한다”고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98월드컵 이후 5년여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차 감독은 올 시즌 그라운드의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 고종수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차 감독은 “좋지 않은 기억은 모두 떨쳐 버리고 축구에만 전념해라. 선수는 운동장에서 땀을 흘릴 때만이 가치가 있다”라며 고종수를 따뜻하게 맞았다.
96년 수원의 창단 멤버로 뛰었던 고종수도 수원으로 돌아온 게 홀가분한 표정. 프로는 돈으로 평가 받는다는 생각에 안양 LG와 접촉했지만 ‘자신의 오늘’을 있게 한 수원은 언제나 마음의 고향이었다. 고종수는 2001년 오른쪽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등 크고 작은 부상도 많았지만 123경기에 출전해 32골, 32도움을 기록하며 수원을 신흥 강호로 키우는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고종수는 “주위 분들을 고생시켜 미안하다. 그냥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열심히 훈련해 달라진 고종수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종수는 무적선수로 있었던 지난 6개월 동안 운동을 거르지 않았다. 매일 운동장과 남산을 뛰었고 강남의 한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었다. 모교인 광주 금호고와 집 근처 서울 현대고에서 공도 찼다.
그는 4일 팀 훈련에 합류한다. 돌고 돌아 있어야할 자리로 되돌아온 셈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