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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 NO! 캠페인 "우린 학교폭력 몰라요"…왕따 극복기

입력 | 2004-03-03 18:43:00

3일 오후 안천중 학생들이 박성철 교감(가운데)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학생들의 구김살 없는 표정에서 ‘왕따 없는 학교’로 변한 이 학교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권주훈기자


《3일 오전 서울 금천구 독산동 안천중학교 ‘사회사업실’.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10여명의 남녀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5평 남짓한 공간이 어느새 아이들의 웃음소리, 떠드는 소리로 가득 찼다. 사회사업실 임정임 실장(38·여)은 “이 아이들은 대개 학교생활에 소극적이었던 경우로 상담을 위해 찾아왔다가 자기들끼리 친해져 상처가 치유되고 성격이 밝아진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어느 학교에나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있고, 따돌림당하는 아이들이 있죠. 중요한 것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것이 심각한 ‘왕따’가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겁니다.”》

이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2년 전 발생했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2002년 4월 15일 한 학생이 단짝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분노해 수업 도중 교실에서 동료 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던 것. 이 사건은 당시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줬다.

그로부터 2년 후 이 학교는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왕따 없는 학교’로 거듭났다.

임 실장은 “사건 당시 주변 학생들이 받은 충격이 매우 컸다”며 “당시 학교에서 심각성을 인식하고 집중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 오늘날 왕따 없는 학교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는 사실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동참으로 시작됐다.

우선 전문가와 연계해 매주 1회씩 반별로 ‘또-따 NO!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라는 제목의 ‘또래 따돌림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역할극, 공익광고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왕따의 폐해를 인식하고 대처 방안을 배웠다.

그 결과 ‘힘없고 약한 친구에게는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반응하던 상당수의 학생들이 생각을 바꾸는 등 따돌림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왔다.

또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학교폭력 발생 예방을 위한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아름다운 미소로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선생님과 학생을 선발해 선물을 주는 등 각종 캠페인을 통해 상대를 사랑하고 칭찬하는 것의 중요성을 익히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또 장애체험 등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학생 개개인에 대한 선생님들의 관심과 정성. 담임들은 새학기마다 ‘요(要)보호 학생’을 선정해 기록카드를 만들고 의견을 나눴다. 소위 ‘문제아 리스트’를 만든 것이 아니라 학생의 상태에 따라 보다 관심을 쏟아야 할 분야를 설정해 둔 것.

한 교사의 리스트에는 ‘진욱(가명)이는 군것질을 하러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든가 ‘화를 잘 내므로 분노 조절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등 세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리스트는 학생의 변화 상태와 함께 매년 업그레이드됐다.

소위 ‘문제 학생’들과 함께 여름방학 때 농촌봉사활동을 떠나 이들의 남다른 장점을 찾아 주기도 했다.

학교의 변화를 주도한 박성철(朴聖喆·57) 교감은 “망아지처럼 날뛰던 학생들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 가는 것을 볼 때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 당시 ‘죽고 싶다’며 우울한 모습을 보이던 내성적인 학생이 밝은 성격으로 변해 무사히 고교에 진학했을 때 선생님들 모두가 함께 기뻐했다”면서 “아이들은 항상 변할 수 있으므로 도와주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안천중 학생들의 따돌림에 대한 인식정도문 항사전평균사후평균변화정도힘없고 약한 친구에게는 호감이 가지 않는다60.042.1-17.9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43.838.5 -5.3누군가 놀림을 당하는 것은 재미있다63.159.2 -3.9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를 보면 화가 난다55.056.5 +1.5따돌림을 당한 친구는 도와줘야 한다59.261.2 +2.0우리 반 친구들은 서로 화목하다61.563.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