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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월드 워치]2代째 ‘섬 예술관’ 가꾸는 日 CEO

입력 | 2004-03-03 19:01:00


섬 전체를 ‘살아 숨쉬는’ 미술관으로 만드는 작업이 18년째 일본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나오시마(直島) 프로젝트’.

일본 본토 중남부 해안의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 해상국립공원에 자리한 섬, 나오시마가 그 무대다. 오카야먀(岡山)현 항구에서 배로 20분 거리. 여의도와 비슷한 8.13km² 면적에, 인구 3600여명의 이 섬을 세계적인 여행전문지 트래블러는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세계 7대 명소’ 가운데 하나로 꼽은 바 있다.

‘007’ 시리즈 소설 최신작에는 이 곳이 생물학 테러 대책을 논의하는 선진8개국(G8) 긴급정상회담장으로 등장한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로케지가 될 가능성이 커 현지 주민들은 벌써부터 흥분하고 있다.

이 섬에는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작품인 미술관, 객실 16개의 초미니 고급 호텔, 몽골의 파오를 비즈니스호텔용으로 세워 놓은 국제캠프장, 비어 있는 옛 주택을 사들여 집 전체를 작품화한 독특한 미술관들, 신사(神社) 한 복판에 설치한 유리 계단, 소 축사를 개조한 전시장 등이 있다. 섬 자체가 거대한 미술관이자 전시장으로 하나의 ‘문화촌’을 형성하고 있다. 대도시에나 어울릴 것 같은 미술관을 왜 섬에다 만들었을까.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2대에 걸쳐 18년째 추진 중인 후쿠타케 소이치로(福武聰一朗·59·사진) ‘베네세’ 회장은 “예술성과 비즈니스를 모두 고려해 만들었다”며 웃었다. 베네세그룹은 통신교재 입시학원 노인복지시설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문화재단도 운영하고 있다.

해안에 들어선 갖가지 형상의 구조물, 목선, 바닷가 노천온천은 그 자체가 미술작품이다.

나오시마 문화촌을 찾는 사람은 해외관광객 2000명을 포함해 연간 4만여명에 이른다. 7월에는 인상파의 거장 클로드 마네의 ‘수련(睡蓮)’ 등을 소장 전시하는 미술관이 안도의 설계로 선보인다.

1인당 1000엔(약1만원)의 입장료나 한 끼 6만∼9만원의 식사, 숙박비 20만원 등만으로는 이런 시설을 유지할 수 없어 회사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경영이란 돈을 아끼고 버는 것만이 아닙니다. 일정 기간 흑자를 내 이사 임기를 늘리는 것은 미국식 경영일 뿐입니다. 적어도 저와 사원들이 이 섬에서 ‘문화 가족’으로서 기쁨을 찾는다면 충분합니다.”

좋다는 뜻의 ‘베네’, 존재를 뜻하는 ‘에세’를 합해 만든 회사 이름 그대로 ‘좋은 존재’를 지향하는 후쿠타케 회장이 인상적이었다.

나오시마=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