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케리 상원의원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경선 승리 연설을 했다. “미국을 제 길로 가게 하자”면서 그가 경제와 관련해서 언급한 것은 역시 고용문제였다. “미국에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좋은’ 기업들에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도록 하겠다.” 선거철을 맞아 고용문제는 그 중요성이 더해갈 것이다.
고용동향과 관련해 화끈한 소식은 아직 없다. 2월 중 대기업들의 해고가 줄었다는 정도다. 대기업 고용동향을 추적하는 시카고의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가 조사한 2월 중 대량 감원 규모는 총 7만7250명으로 1월의 11만7556명에 비해 34%가 줄었다. 올해 두 달치는 작년 동기에 비해 28% 줄었다.
챌린저의 대표 존 챌린저는 “기업들이 새로 고용하는 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6개월 월평균 해고가 10만명을 넘어 1998∼2000년 고용 붐 때에 비해 두 배가량 되기 때문. 역시 경기에 비해 고용의 회복이 더디다. 5일 발표될 예정인 2월 중 실업률도 1월(5.6%)보다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요즘 월가의 관심사 중 하나는 지난 2년간 미국은 물론 세계를 시끄럽게 했던 대기업 회계부정에 대한 단죄(斷罪). 대표적인 사람이 2년 전 미국 2위의 장거리전화업체 월드컴(현재의 MCI)의 최고경영자였던 버나드 에버스(62)다. 한때 14억달러의 재산가였던 그에겐 증권사기 혐의가 추가돼 3일 재판이 시작된다. 2000년 9월부터 투자자들이 자사의 재정문제를 알지 못하게 회계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에버스씨의 혐의를 추궁할 검찰측을 위해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스콧 설리번(42)이 협조한다. 설리번씨는 미 역사상 최대인 110억달러 규모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혐의로 작년 기소돼 재판을 받아오다 2일 유죄를 인정, 25년형을 눈앞에 두고 형량을 줄여볼 생각이다. 케이블TV업체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스의 창업자 존 리가스와 두 아들에 대한 재판은 1일부터 시작됐다. 언론 보도로는 한 아들이 죄를 다 뒤집어쓸 계획이라고 한다.
뉴욕 주가는 한동안 조정을 거친 뒤 1일 모처럼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2일 ‘언젠가는 금리를 올릴 것’이란 다분히 원론적인 금융당국의 발언에 맥을 못 추고 주저앉았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