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교향악단 관계자들은 요즘 어깨가 으쓱하다. 주최하는 콘서트마다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2002년 이후 초대권도 아예 없앴다. 이 악단은 정기연주회 격인 ‘마스터 시리즈’ 외에 교육 콘서트 프로그램인 ‘에듀케이션 시리즈’, 특별공연인 ‘디스커버리 시리즈’를 별도로 진행한다. 청소년 음악회, 캠퍼스 음악회, 직장인을 찾아가는 정오 음악회 등은 물론이고 밸런타인 콘서트, 크리스마스 콘서트 등 절기에 맞춘 콘서트가 1년 내내 진행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공사례는 국내에선 ‘희귀 케이스’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악단은 정기연주회 프로그램과 협연자를 섭외 선정하는 것도 버거워하는 실정이다. 기획인력의 부족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국내 교향악단의 합주력은 눈에 띄게 상향 평준화됐습니다. 지방악단과 민간악단에 해외 유학파를 비롯한 유능한 인력이 대거 유입된 것이 큰 이유죠. 그러나 향상된 연주 실력을 바탕으로 음악 팬들을 새로 발굴하는 노력은 아직 미흡합니다.” 강석흥 전 한국공연매니지먼트협회 회장의 평가다.
도청 소재지인 지방 K시의 시립교향악단을 보자. 단원 89명의 이 악단은 매년 8회의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25회 남짓한 연주회를 소화한다. 이와 관련된 모든 업무는 단무장(團務長·악단 총무)과 악보계 악기계 직원 등 세 사람이 맡고 있다. 기획업무는 단무장 한 사람이 맡은 셈.
문제는 대부분의 교향악단이 이처럼 ‘기획기능의 부실’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 교향악단 운영조직의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로 부산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박원철씨는 KBS교향악단 서울시교향악단 등 9개 교향악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운영담당 직원 수는 평균 6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중 악보와 악기 관리 인력 2∼4명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3명 정도가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셈.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기연주회를 치러내는 데 급급할 뿐, 청중의 눈과 귀를 붙잡을 만한 기획 프로그램 개발은 요원하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 시카고교향악단의 정단원 수는 134명, 운영담당 직원 수는 단원 수보다 많은 137명이다. 보스턴교향악단의 경우 정단원 107명에 운영담당 직원은 127명에 이른다.
“해외 악단에는 연주단원들 외에도 개발, 홍보, 교육 프로그램, 마케팅 등의 부서가 별도로 있습니다. 특히 개발부서는 민간기업의 지원을 유치하고 마케팅부서는 정기회원을 개발하고 있어 악단의 수익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박씨의 진단이다.
강 전 회장은 국내 지자체들의 경직된 예산처리시스템도 악단의 기획기능 부재에 한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많든 적든 수입금 전액을 상급기관인 지자체에 내놓고 다음 해에는 새로 예산을 타 쓰는 실정이다 보니 관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동기 부여’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울시교향악단의 오병권 기획실장은 “지자체 산하 교향악단은 앞으로 기획 및 마케팅 기능을 제고하기 위한 재단법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