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수원 성남 안양 등 경기 5대 도시에서 고교평준화가 실시된 이후 매년 2, 3월은 경기도교육청에 ‘잔인한 달’이다. 이때가 되면 늘 학생 배정을 놓고 학부모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설학교인 안양 충훈고에 배정받은 학생 225명은 3일 학교의 입학식을 거부하고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별도의 입학식을 가졌다. 이들은 학교 재배정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학원 강사 등을 초빙해 수업도 따로 받겠다며 버티고 있다.
속칭 ‘뺑뺑이’를 통한 학교 배정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도교육청이 재배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는 것도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평준화의 ‘복불복(福不福)’ 원리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충훈고 사태의 속을 들여다볼수록 교육청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행태가 사태를 키운 주 원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기도에선 올해 40개 학교가 문을 열었다. 이 중 공사가 완전히 끝난 학교는 단 10개뿐이다. 그러나 교육청의 설명은 다르다. 용인의 신리초교 등 4개교를 제외한 나머지는 완공된 학교라는 것이다.
법원이 ‘최소한의 교육시설도 갖추지 못해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학부모들이 낸 학교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충훈고마저 교육청은 완공된 학교로 분류하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 전체가 아니라 당장 입학할 학생 수를 수용할 학급이 완성되면 준공이 끝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이택림(李澤林) 경기지부장은 “학교의 완공은 학교는 물론 통학로까지 완비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격한 시각 차이를 단순히 학부모들의 이기주의로 몰아붙일 수 있을까.
부대시설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준공허가를 받을 수 있는 건물은 학교뿐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해당지역 교육장이, 고등학교는 교육감이 준공 승인권자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학생 수는 급격히 늘고 예산은 부족한 현실에서 학부모들의 반발을 어물쩍 비켜가기보단 모든 것을 떳떳이 밝히고 학부모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재명 사회2부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