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C.
비타민C가 풍부하다는 노란색 레모나처럼 늘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녔으면 좋겠다.
몸속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입속에 톡톡 털어 넣었으면 좋겠다.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티티새’를 손바닥 만한 일본어 문고판 ‘쓰구미’로 읽는 것과 한국어판 하드커버 소설로 읽는 것과의 아주 작은 느낌 차이.
운 좋게 감성C를 만난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차이랄까.
○ 브래지어 감성C
서울 청담동 갤러리에서 열린 한 화장품 브랜드의 마스카라 신제품 발표 행사.
배우 오드리 헵번을 닮은, 속눈썹을 드라마틱하게 집어 올린 외국 모델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두 눈 밑으로 살짝 내려 깜찍한 미소를 짓는다.
포스터 속 그녀는 기발하게도 검은색 레이스 브래지어를 선글라스로 활용했다. 미니어처 브래지어는 선글라스와 모양이 꼭 닮았다.
이 마스카라 광고는 속눈썹과 가슴 곡선의 이미지를 미학적으로 정교하게 결합했다. 풍성한 속눈썹과 풍만한 가슴은 여성의 영원한 판타지이자, 영혼의 기쁨인 것을.
행사장은 온통 핑크색 튤립과 조각 케이크로 꾸며졌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핑크색 마니아’ 리즈 위더스푼이 초대됐다면 너무 기뻐 폴짝폴짝 뛰어다녔을 것만 같다.
감성C는 모델의 속눈썹과 브래지어 선글라스 사이의 간격 3cm 틈에서 요정처럼 웃고 있었다.
○ 텔레비전 감성C
지하철을 타고 조카네를 방문한다.
지하철 속 사람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45도 들어 올려 지하철 속 텔레비전을 본다.
그들은 표정이 없거나 아니면 화가 난 것 같다. 텔레비전 수상기를 온통 파란색 물감으로 색칠해 문명 기술에 인간성을 불어 넣고 싶다는 한 가구 디자이너의 인터뷰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지루한 관객을 둔 텔레비전이 문득 가엾어진다.
조카네에 들어서니, 두 살배기 조카와 외할아버지가 텔레비전 앞에서 열심히 춤을 춘다.
알고 보니 이들은 게임을 하고 있다. 드라마 ‘요조숙녀’에도 소개됐던, ‘아이토이 플레이’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손으로 게임기 자판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 화면이 지시하는 동작을 몸으로 따라하는 것이다. 접시 닦기, 헤딩, 복싱 등.
텔레비전이야말로 이용자의 감성을 다양하게 반영하는 ‘멀티 메타포’ 문화장르인 듯싶다.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