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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맛 그대로]하우가 추천한 청담동 '크레이지 크랩'

입력 | 2004-03-04 16:57:00

저스틴 하우 싱가포르관광청 서울사무소장이 싱가포르 음식 전문점인 '크레이지 크랩'에서 칠리 크랩 요리를 맛보고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아내와 함께 2001년 한국에 왔다. 오기 전에 한국 생활에 대해 듣고 읽어서 나름대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와보니 한국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나라였다. 아쉬운 것은 싱가포르 음식점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 적어도 ‘크레이지 크랩’(02-3448-5691)이 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크레이지 크랩’은 내게는 잠시나마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주변 한국 친구들이 ‘싱가포르식 게요리 음식점이 생겼다’며 내게 알려줬을 때만해도 ‘과연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하고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출신 주방장이 요리를 하는 것이나, 스리랑카산 살아있는 머드 크랩을 재료로 쓰는 것 등 이 모두가 고향을 떠올리게 해준다. 사무실과 집이 모두 강북에 있지만 매달 한 번 이상은 꼭 들리게 됐다.

싱가포르는 흔히 음식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음식 종류가 다양하다.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또 중국과 말레이시아가 섞인 페라나칸 문화에서 나온 음식이 모두 싱가포르를 대표한다. 국제도시답게 몽고, 터키, 러시아 음식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풍부한 음식 문화 덕분에 매년 한 달씩은 현지인과 세계 미식가들을 위한 음식축제가 열린다.

그래도 가장 싱가포르적인 음식을 꼽으라면 ‘크레이지 크랩’에서 내가 늘 주문하는 ‘칠리 크랩’과 ‘블랙 페퍼 크랩’이다. 이곳의 ‘칠리 크랩’은 싱가포르에서 직송한 특수 칠리에 계란을 넣어 만든 국물로 요리하는데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싱가포르에선 빵을 함께 내 칠리소스에 찍어먹지만 이곳에선 칠리소스에 밥을 말아준다. ‘블랙 페퍼 크랩’도 ‘칠리 크랩’만큼 화끈한 매운 맛을 느낄 수 있다.

크랩 요리와 함께 나오는 반찬인 카창과 아차도 고향 맛 그대로다. 땅콩과 멸치를 쌈발 칠리에 볶은 카창은 한국의 멸치볶음과는 또 다른 맛이다. 싱가포르식 오이김치인 아차도 크랩을 먹는 중간 중간 입안을 시원하게 하고 입맛을 새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

매콤 달콤한 칠리 크랩과 후끈 달아오르는 페퍼 크랩, 그리고 싱가포르식 반찬 모두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고향의 맛이지만 가끔은 색다른 매운 맛을 느끼고 싶은 한국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저스틴 하우 싱가포르관광청 서울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