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가 기술, 파워 그리고 순발력을 다투는 경기라구요? "천만에요. 탁구는 멘털리티(mentality)를 다투는 경기입니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2004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유성 감독은 4강 진출의 교두보였던 2일 싱가포르와의 경기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세계 상위권 남자선수들의 경우 최고 시속 150km로 날아오는 2.7g의 공을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의 라켓으로 순식간에 받아 넘겨야 한다. 더구나 그 짧은 시간에 날아오는 공의 회전 속도까지 판단해야 한다. 그만큼 정교한 경기이다 보니 선수의 심리가 그대로 플레이에 반영된다. 자신감을 잃거나 욕심으로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면 여지없이 실점으로 이어지는 것.
이유성 감독은 경기 전 "첫 단식에 모든 걸 걸었다"며 사뭇 비장했다.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3단계 낮은 6위지만 2002 부산아시아경기 단체전에서 한국을 3-0으로 완파했던 강팀. 이 감독은 그러나 첫 단식에서 이은실(세계 38위)이 리 자 웨이(17위)에게 두 세트를 연이어 내주고 세 번째 세트에서도 9-6으로 몰리자 이은실을 불러 들여 이렇게 주문했다. "부담 없이 경기해라." 이은실은 결국 세트스코어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같은 날 한국 남자팀은 지난해 파리 세계선수권 단식 우승자 베르너 쉴라거가 버티고 있는 오스트리아와 맞붙었다. 유승민이 마지막 단식에서 중국계 선수 첸 웨이싱과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세트 스코어 2-2 상황에서 점수는 1-1. 점수 한 점이 아쉬운 상황에서 심판이 갑자기 유승민의 파울을 선언했다. 공을 넘길 때 라켓이 가슴에 먼저 맞았다는 것. 이 때 유남규 코치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심판에게 큰 소리로 5분가량 항의했다. 속개된 경기에서 유승민은 11-6로 승리했다. 유 코치는 "승민이가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을 벌어주는 한편 승민이에게 자극을 주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의 승리는 '멘탈리티 싸움의 승리'였다.
도하(카타르)=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