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선거관리위원회 경시(輕視) 태도가 위태롭다. 청와대는 선관위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선거법 위반 결정과 관련해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나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정치적 의사표시는 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선관위의 자율적 판단이 아니라 야당이 강제한 측면이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면 겸허히 승복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그처럼 사족(蛇足)을 다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 이러니 자꾸 소모적 논란이 확대되고 국정혼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당장 야당측은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빠졌다며 대통령 탄핵까지 검토하겠다는 상황이다.
선관위는 선거 관리를 총괄하면서 탈법 불법 여부에 대한 최종 유권해석을 내리는 헌법기관이다. 여기서 내린 결정에 저항하면 선거질서는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선거 후에도 후유증이 생길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은 국민의 법 준수 의식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논리대로면 정당 소속의 시도지사 역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과연 그래도 되나. 탈법 불법 행위로 제재조치를 받은 후보가 대통령처럼 “선관위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고 나온다면 또 어떻게 막을 것인가.
청와대는 과거 정권과 달리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정당한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력기관 동원 등의 관행이 사라진 만큼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표시는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명분을 붙여도 현행법을 어기는 것이 대통령의 권리가 될 수는 없다.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으면 지키면 될 일이다. 딴말할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