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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기습’ 서울이 갇혔다

입력 | 2004-03-05 00:29:00

“집에 언제가나…”폭설이 쏟아진 4일 오후 서울시내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지면서 ‘귀가전쟁’이 벌어졌다.이날 오후 10시반 광화문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좀처럼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박영대기자


《4일 오후 10시경 서울 중구 정동길. 3월 적설량으로 100년 만에 최고인 18.5cm의 폭설이 내리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미처 타이어에 체인을 감지 못한 승용차들은 도로에서 오도 가도 못했다. 이날 밤 서울시내 주요 도로와 고갯길, 수도권 일대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이 힘들어지면서 한때 수도권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차 버리고 귀가=정동길에서 버스가 움직이지 않자 승객들은 모두 내려 버스에는 운전사만 남았다.

서울 서대문구 무악재 고갯길에서는 귀가를 포기한 운전자들이 불법 U턴해 도심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도심 방향으로 무악재를 오르던 시내버스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 방향 차선으로 들어섰다가 차들을 더욱 엉키게 했다. 도로 가장자리에 승용차를 주차해 둔 채 걸어서 귀가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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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청 앞마당은 차량 60여대로 꽉 찼다. 구청 주차장 입구에다 차를 세운 윤주일씨(45·서울 동작구 상도동)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부득이 차를 이곳에 세웠다”며 “차들이 엉키면 내일 어떻게 차를 빼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지하철은 평소보다 승객이 2배 이상 몰렸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간 박정우씨(31·회사원)는 “객차 안에서 사람들 틈에 끼여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혜정씨(23·여)는 “일단 눈을 피하려고 지하철 역사로 들어갔다”면서 “자정쯤에나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폭설로 부러진 가로수

▽곳곳에 접촉사고=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설이 쏟아져 곳곳에서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7시경 서울 중랑구 상봉3거리에서 승용차와 화물차가 추돌하는 바람에 인근이 극심한 혼잡을 빚었으며 올림픽대로 노량진수산시장 부근에서도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눈싸움을 하고 폭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때 아닌 겨울 정취를 즐기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인왕산길과 북악산길을 전면 통제했으며, 내부순환도로의 길음·월곡 상향램프와 신장위고갯길, 드림랜드길, 삼청동길 등에 차량 통행을 제한했다.

서울시와 경찰은 비상근무에 들어가 긴급 제설 작업에 나섰으나 한꺼번에 쏟아진 눈을 치울 수는 없었다. 서울시는 지하철 1∼8호선 운행을 5일 오전 2시까지 1시간 연장했다.

서울시는 5일 출근길에 시민들이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