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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이남 벨트 ‘관성 이탈’되나

입력 | 2004-03-05 16:24:00


서울 한강이남 벨트 '관성 이탈'?

서울의 한강 이남 지역은 그동안 서초·강남 등 동쪽의 강남권(8석)과 관악·구로·영등포 등 서부 벨트(13석)가 확연히 구분되어왔다. 16대 총선에도 강남권은 8석 중 7석을 한나라당이 차지했고, 서부 벨트는 13석 중 10석을 차지한 옛 민주당의 우위 속에 한나라당이 양천 갑 등에서 3석을 차지하며 분전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차떼기'와 내분 사태, 민주당의 분당으로 이 지역 표심은 기존의 '투표 관성'에서 점차 벗어나는 양상이다. 그동안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던 강남권에서는 정치색을 탈피하려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서부 벨트에서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호남 출신 유권자의 장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양상이다.

▽강남권, "이제는 전문가 그룹이다"= 한나라당은 심장부 격인 강남 갑에 최병렬(崔秉烈) 대표 대신 이종구(李鍾九) 전 금융감독원 감사를 내세워 민주당 전성철(全聖喆) 당 글로벌스탠더드정책기획단장과 격돌한다. 이 전 감사는 전문성과 최 대표 프리미엄을 내세우는 반면, 지난 총선 이 지역에서 2위를 기록한 전 단장이 한나라당 이탈표를 서서히 흡수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강남 을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핵심 경제 브레인이었던 공성진(孔星鎭) 한양대 교수가 나섰다. 민주, 열린우리당이 국제 감각을 갖춘 경제통을 물색하고 있다.

서초구는 기성 정치인에 전문가들이 도전하는 양상. 서초 갑에서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의 보건복지특보를 지낸 이혜훈(李惠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 연구교수를 내세워, 열린우리당에 합류한 김홍신(金洪信) 전 의원과 맞선다. 이 지역에서 공천 탈락한 박원홍(朴源弘)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이라 강남권에서 한나라당 지지층 간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서초 을에서는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의원의 아성에 열린우리당 김선배(金善培) 전 현대정보기술대표와 민주당 권만성 전 예총 사무총장이 도전장을 냈다. 장세동(張世東) 전 안기부장의 출마설도 나온다.

강동 갑은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원과 한나라당 김충환(金忠煥) 전 강동구청장이 20년 우애를 넘어선 대결을 벌인다.

▽서부 벨트, "우리가 DJ를 계승한다"=열린우리당 이해찬(李海瓚) 의원과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이 격돌하는 관악 을은 민주당 분당 책임에 대한 서울 호남 유권자의 표심을 엿볼 수 없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꼽힌다. 이 곳에서만 4선을 기록한 이 의원의 관록에 노 대통령의 '입'에서 저격수로 변신한 유 대변인의 추가 '폭격'이 예상된다.

강서 갑도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원이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 휘하에서 오랫동안 조직을 관리했던 민주당 조재환(趙在煥) 의원의 '예봉'을 어떻게 비껴가느냐가 관심. 구로 을에서는 한나라당 이승철(李承哲) 의원에 DJ 정부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민주당 이태복(李泰馥) 지구당위원장과 문화관광부장관을 지낸 열린우리당 김한길 총선기획단장이 도전한다.

영등포 갑은 지역구로 옮겨가며 어렵사리 복당한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전 의원의 부활 여부가 관심. 학생 운동권 출신인 한나라당 고진화(高鎭和) 지구당위원장이 도전 준비를 마쳤고, 열린우리당은 이 지역 현역인 김명섭(金明燮) 의원 등을 대상으로 경선을 앞두고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