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헌법에도 없는 재신임 문제를 들고 나와 필요 이상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이 열망하는 2만 달러 시대는 불가능할 것이다."
일본의 세계적인 경제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사진) 미국 UCLA대학원 정책학부 교수가 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창립 20주년 기념강연회에 참석해 한국에 대한 '쓴 소리'를 쏟아냈다.
오마에는 이날 '한국 재도약을 위한 5가지 조건'이란 주제의 기념강연에서 '정치적 안정'을 첫 번째 선결조건으로 꼽았다.
그는 "대통령의 권한이 강하고 관료의 인허가 권한에 의해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에서는 한국의 고질적인 '정(政) 관(官) 재(財)의 3각 유착'은 고쳐지지 않는다"며 "정치가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에는 정치적 안정 외에 △세대간 갈등 해소 △남북통일에 대한 명확한 비전 △미국 일본 중국에 대한 등거리 외교 △한국판 '도주제(道州制)' 추진 등을 재도약을 위한 조건으로 제시했다.
또 "한국은 일본 식민지 시대를 경험한 세대, 한국전쟁과 그 후의 긴장 속에서 살아온 세대, 자유로운 세계를 보며 살아온 1만 달러 경제세대 등 각 세대간의 인식 차가 너무 큰 나라"라며 "하루빨리 이런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통일은 한국에 큰 부담이 될 뿐 결코 큰 힘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 붕괴에 대비해 남북기구에 관한 명확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마에는 또 "세계로부터 정보와 자금, 기업 고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단위는 인구 500만~1000만명 규모의 '지역국가'"라며 국가 통치기구를 '도주(道州) 연방'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