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사이언스·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김태호 이정모 지음/282쪽·288쪽 각권 1만2800원 휘슬러
삼국지는 동양 최대의 베스트셀러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구문명 입문을 위한 필독서다. 이 책들은 동양적 세계관과 서양적 신화관을 대표하는 양 고전을 디딤돌로 삼아 고전 속에 녹아 있는 과학적 논쟁거리를 뽑아내 흥미롭게 풀어냈다.
9척 장신인 관우의 키와 그의 무기인 82근짜리 청룡언월도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보자. 한나라 때는 1척이 22.5cm였다. 따라서 8척인 장비의 키는 180cm이고 관우는 2m를 조금 넘는다. 언월도의 무게도 당시 1근이 200g 정도였기 때문에 16.4kg라고 한다. 이를 ‘젓가락처럼 돌린’ 관우의 힘은 좀 복잡한 수학공식에 따라 3.6마력에 이른다. 1마력은 1초 동안에 75kg의 물체를 1m 높이로 들어올리는 힘이다. 오늘날 보통사람의 힘이 0.5마력이라 하니 관우의 힘은 그 일곱 배인 셈이다.
당시만 해도 전쟁은 마차 중심이었고, 말을 탈 때 발을 고정시켜 주는 등자도 개발되기 전이었다. 유목민 출신으로 등자 없이 자유자재로 말을 탈 수 있었던 기병 중심의 동탁과 여포군이 연전연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삼국지에 국한되지 않고 주제에 따라 동서와 고금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데 있다. ‘황건적의 난’과 관련해 ‘수탉이 암탉으로 바뀌었다’는 괴변이 과연 가능할까. 황당무계한 소리라고 치부할 법하지만 뜻밖에도 이 책은 자연계에서 암수 전환이 가능한 생물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올해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물고기 흰동가리를 예로 든다. 흰동가리는 암컷이 죽으면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을 하고 가장 큰 새끼가 번식용 수컷으로 승진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니모를 찾아서’에서 어미를 잃은 새끼 ‘니모’에 대한 아비 ‘말린’의 집착은 부성애일까 모성애일까, 아니면 이성애일까.
이 책은 물리학, 천문학, 암호학, 마취학, 제논의 패러독스 등 서양과학뿐 아니라 음양오행설, 골상학, 축지법 등 동양적 과학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는 신화가 구성한 세계를 좀 더 체계적인 과학언어로 재구성한다. 우주와 지구의 기원에 대한 신화에서 카오스이론과 가이아이론을 끄집어낸다. 제우스가 이끄는 올림포스 신들과 크로노스가 이끄는 티탄족간의 전쟁에서는 구토를 막는 ‘혈관 뇌 장벽’과 중추피로를 일으키는 세레토닌 등 생리학 지식이 소개된다.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선 영생(제우스)을 향한 인간의 도전으로서 줄기세포를, 페르세우스의 날개 달린 샌들에서 텔레포테이션(순간이동)을, 이카로스의 비행에서 지면 가까이 날수록 양력이 높아진다는 지면효과가 설명된다.
TV시리즈물 ‘X파일’은 합리성의 신봉자인 스컬리보다는 신비현상을 믿는 멀더의 편에 서 있다. 그러나 과장된 역사와 상징적 신화마저 과학의 언어로 풀어내는 두 권의 책을 읽다 보면 미래의 인간은 멀더보다는 스컬리의 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