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국제소아천식알레르기학회(SAAC)
《“의사는 천식환자에게 빚을 지고 있다. 천식은 예방할 수 있는 병이자 조절 가능한 질환이다.” 아시아천식개발위원회(AADB) 크리스토퍼 라이 회장은 지난달 16∼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세계천식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천식은 큰 병도 아니지만 완치되지도 않는 병이라는 인식 속에 치료 수준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 것으로 주목된다.》
▽천식은 가벼운 병?=의사들에 따르면 천식환자의 80%가량이 감기 기운이 있다며 병원을 찾은 후에야 천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천식환자로 진단받은 후에도 꾸준한 치료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환자가 호흡장애를 일으킬 때마다 흡입기를 사용하거나 응급실 신세를 지는 것으로 치료를 대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천식환자 중 성인의 27%, 아동의 37%가 천식 때문에 직장이나 학교에 가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전 세계 천식환자는 3억여명. 20명 중 1명꼴로 천식을 앓고 있는 셈이다.
천식 유병률(전체인구 중 환자의 비율)은 허혈성 심질환의 300배, 폐암의 33배, 유방암의 20배, 뇌중풍의 15배, 에이즈의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스코틀랜드(18.4%)와 영국(15.3%), 뉴질랜드(15.1%), 호주(14.7%), 캐나다(14.1%), 미국(10.9%) 등 선진국일수록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서구화된 생활방식이 유병률을 높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천식은 난치병?=세계천식회의에서는 한 어린이 환자가 자신의 몸 위에 큰 코끼리가 올라탄 모습을 그린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늘 코끼리를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숨쉬기가 힘든 천식환자의 고통을 표현한 것.
필리핀 폐질환 전문의 마리아 파즈 마테오 박사는 자신의 사례를 직접 소개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천식을 앓아 호주머니에 늘 흡입기를 넣고 다녔다는 마테오 박사는 체육시간에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댄스파티에도 가지 못했다.
그러나 기도를 지속적으로 확장시키고 염증 치료를 위해 흡입용 스테로이드와 지속형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하자 매일 30분씩 뛸 수 있게 됐다고 마테오 박사는 말했다.
즉 고혈압 또는 당뇨병과 같이 예방약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까지 호전될 수 있다는 것.
또 운동을 무조건 멀리할 것이 아니라 증세에 맞춰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현재 50m 배영 세계 최고기록 보유자인 독일의 수영선수 산드라 베커(30·여)도 천식환자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한국의 천식 유병률은 3.9%로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천식에 의한 사망률은 뉴질랜드(4.7%)나 호주(3.8%)보다 높은 4.9%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교수는 “실제 천식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상당수 환자가 천식을 감기 등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6, 7세 아동의 13.3%, 13, 14세는 7.7%가 천식을 앓고 있다. 30대는 2%, 40대는 3.5%로 줄어들지만 65세 이상에서는 12.7%, 70세 이상에서 15%가 천식환자이다.
그러나 천식환자 가운데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등 지속적 예방활동을 하는 경우는 12%에 불과하다. 이는 유럽(40%)이나 미국(3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아시아 평균(14%)보다도 낮은 수치다.
조 교수는 “천식은 예방과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방콕=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