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계열사 보유 지분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다.”
증시에서 알짜 계열사를 보유한 기업들에 외국인들의 ‘러브 콜’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이 계열사 지분의 자산 가치를 중요한 투자 포인트로 보고 있다는 신호. 탄탄한 계열사의 지분을 가진 ‘자산주’의 주가가 급등하는 주된 이유다.
▽자산주에 입맛 다시는 외국인=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입질을 하던 외국인들이 ㈜LG, 삼성물산, ㈜한화 등 알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종목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의 외국인 보유지분은 지난해 3월 3%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3월에는 17%대를 넘었다.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연일 100만주 이상 사들이며 왕성한 식욕을 보인 결과다. 이달 들어서만 외국인 보유 지분이 3%포인트 늘었다.
삼성물산과 ㈜한화도 외국인들의 꾸준한 구애를 받고 있는 종목.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은 2월 말 42%대에서 3월 들어 43%대로 올라섰다. ㈜한화의 외국인 지분도 12%대에서 13%대로 상승했다.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LG는 5일 전날에 비해 7.76% 오른 1만3200원에 장을 마쳐 7일째 상승세를 탔다. 이날 삼성물산과 ㈜한화도 각각 전날에 비해 5.26%, 11.75% 오르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알짜 계열사 지분이 ‘당근’=증시 전문가들은 이들 자산주들이 보유한 계열사의 자산 가치를 외국인 매수세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시가총액이 2조2000억원인 삼성물산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을 3.33% 정도 보유해 평가차익만 3조원 정도다. ㈜LG는 LG전자(37%)와 LG화학(34%), ㈜한화는 한화석유화학(25.30%) 등의 알짜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대우증권 박용완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의 주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주를 사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원증권 조홍래 부사장은 “‘장롱 속에 묻힌’ 계열사 보유 지분의 가치가 재발견되는 과정”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대세 속에서 계열사 보유 지분이 시장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계열사 보유 지분이 시장가치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