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더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사는 김모씨(47·자영업자)는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돌파한 4일 저녁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렇게 탄식했다.
2년 전 개인투자자로서는 큰 액수인 15억원을 주식에 투자했지만 남은 돈이 5분의 1을 조금 넘는 3억5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
김씨는 80년대에도 당시로서는 큰 돈인 8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지만 ‘깡통’을 찬 아픈 경험이 있다. 그는 조만간 남은 돈을 회수하고 주식시장과는 인연을 끊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주가는 오르지만 증권가는 썰렁=종합주가지수가 1년10개월 만에 900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증권사 영업점은 썰렁했다. ‘개미’들의 환호와 박수로 어수선한 객장풍경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수영 과장은 “이제는 개미들도 외국인들의 독주에 익숙해져 주가가 급등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매수자금인 실질 고객예탁금은 작년 4월 이후 지난달까지 무려 11개월 연속 빠져나갔다. 순 유출액만 10조9685억원에 이른다. 주식형 수익증권 잔액도 작년 4월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면서 모두 2조9790억원이나 줄었다.
이에 비해 외국인들은 작년 5월 이후 10개월 연속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면서 총 20조985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개미들 언제 돌아올까=개인투자자들은 언제 증시로 돌아올까. 증시 전문가들은 ‘상반기’와 ‘하반기 이후’로 엇갈렸다.
개인들의 증시 복귀 시점을 상반기로 보는 전문가들은 “기업가치가 날로 좋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경기 침체 등 불안요인이 남아있어 투자를 꺼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되면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증시 발목을 잡고 있는 내수부문도 곧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총선과 비자금 수사가 끝나면 개인들의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하반기 이후’로 예상한 전문가들은 △부동산에 대한 투자열기가 여전히 뜨겁고 △ 과도한 가계 부채 등 걸림돌이 남아 있어 개인들이 증시에 관심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지적했다.
삼성증권 임춘수 리서치센터장은 “자금력이 있는 개인투자자는 위험회피형 상품에만 관심을 보이는 반면 소액 투자자들은 투자여력이 없는 상태”라며 “개인투자자가 가까운 시기에 증시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종합주가지수가 조정을 받으면서 800선까지 떨어지거나 현재와 같은 상승세를 지속해 1100선까지 올라설 경우 개인투자자가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라=그렇다면 900선 근처에서의 투자는 위험할까. 증시전문가들은 “900선이든, 1,000선이든 중저가 중소형주를 사서 단기매매차익을 노리는 방식은 위험하다”며 기존의 투자관행에서 벗어날 것을 조언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주가가 급등했는데도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한 것은 ‘싼 주식을 여러 번 사고파는’ 매매방식이 성공하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종우 센터장은 “종합주가가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추가 상승 여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조정 가능성도 있으므로 안정성에 치중한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단기 투자자라면 현금 비중을 높이고 장기투자자라면 대형주 매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