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잘하는 아이 키우는 법을 책으로 펴낸 다섯 '아줌마'. 왼쪽 부터 최미주 정윤수 이필주 안재경 이연희씨.
교문이 닫히기 직전에 허겁지겁 뛰어가고 신주머니를 잃어버려 운동장에서 찾아 헤매고 과학숙제를 깜빡 집에 놓고 와 억울하게 벌을 서는 아이. 내 자녀일 수도, 어렸을 때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런 나에게 엄마가 잔소리를 하셨듯이 나도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잔소리를 퍼붓는다. 친구 혹은 선후배 사이인 다섯 ‘아줌마’ 가 “이런 아이도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고 나섰다. 잔소리의 대부분은 아이가 정리를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다섯 아줌마가 자녀를 정리 잘하는 아이로 만드는 방법을 털어놓았다. 물론 아줌마 각자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이들은 초등학생용의 ‘정리형 아이’(큰나)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정리형 아이 키우기 다섯 아줌마의 비법▼
▼서로 돕는 자세 가르쳐요▼
○ 정윤수씨(40·출판사 근무)=정리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잔소리의 시작은 직접적으로는 모든 걸 정리해야 하는 엄마의 짜증에서 출발한다. 정리는 서로를 돕는 마음을 가르치는 중요한 교육. 어려서부터 정리를 잘 하는 생활자세는 일생에 관련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얘기다. 요즘 아이들은 뭐든지 사달라고 한다. 너무 많이 사는 것도 정리를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우리아이는?
첫째 범준이(초등5년)는 시간을 잘 쪼게 쓰는 편. 둘째 승진이(초등2년)는 학교 가기 전날 모든 준비물을 스스로 챙겨놓는다. 정리를 잘해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제자리’부터 알려줬어요▼
○ 최마주씨(44·시와시학사 대표)=물건 정리하도록 하기.
3년 전 집안일을 도와주던 할머니가 나가면서 네 식구의 ‘전쟁’이 시작됐다. 양말 뒤집어 침대 옆 옷바구니에 넣는 일부터 각자 하도록 했다. 엄마 혼자 네 식구의 양말을 뒤집으려면 힘든 일이다. 아이들은 옷을 뱀 허물처럼 벗어 놓고 뛰어나간다. 역시 똑바로 벗어 바구니에 넣도록 했다.
○우리아이는?
둘째 기상이(중2년)는 책을 많이 읽어 글을 잘 정리하지만 물건 정리는 아직 서툴다. 한 가지만 바뀌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기상이는 “‘서너 시간 공부’라고 막연하게 시간표를 짰는데 시간을 짧게 끊어야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하루 일과표 만들어 봐요▼
○ 안재경씨(44·항공사 근무)=시간을 어떻게 쓰도록 하나.
시간을 잘 나누어 계획표를 짜도록 만든다. 짧게 끊어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30분간은 하루를 잘 보낼 거라고 기대를 갖도록 하고 자기 전에는 다음날 준비물을 점검하고 일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도록 한다. 방과 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숙제 등 의무사항을 조절하도록 만든다.
○우리아이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 아림이는 아홉 살 때부터 피겨스케이팅을 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느라 시간이 부족했지만 시간활용을 잘해 무엇을 하든지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했다. 스케이팅 대회 성적이 좋을 때 학교성적도 올랐다.
▼말 정리하는 법 중요해요▼
○ 이연희씨(44·학원장)=말을 잘하도록 하고 싶을 때.
말을 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혀 어휘력 표현력 상상력을 키우도록 한다.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책 읽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 말솜씨도 자란다. 생각을 먼저 정리해야 말실수를 줄인다. 초등 3학년이 되면 아이들의 말에 스타일이 생기고 그 스타일에 따라 글을 쓰게 된다.
○우리아이는?
학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을 보면 영어다, 중국어다 말을 많이 배우지만 말을 정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초등 3학년인 아림이는 독후감을 써도 줄거리를 바꿔도 보고 동시로 만들기도 하고 주인공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면서 다양한 표현을 시도한다.
▼정리 잘하면 공부도 잘해▼
○ 이필주씨(43·주부)=공부의 기본은 정리.
시간이나 주변관리를 잘하면 공부관리를 잘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왜 공부해야하는지 아이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또 공부시간과 학습량을 정하고 책상을 깨끗하게 하는 것도 공부를 잘하기 위한 정리라는 것을 깨닫도록 한다. 공책필기부터 시험준비까지 학생이 정리해야 할 것은 많다.
○우리아이는?
막내이자 셋째인 주호(초등5년)는 국어와 수학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과목은 집중해서 공부하기 때문에 성적도 좋다. 중 3학년인 첫째와 중 2학년인 둘째 모두 다른 학원을 보낸 뒤 저녁시간에 토론을 통해 배운 내용을 정리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