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배정문제 때문에 결국 거리에서의 입학식을 하는 어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학부모와 아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TV에서 보았다. 눈물짓는 여학생을 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따라서 눈물이 나왔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아이들만 생각한다면 좀 더 빨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은 소식이 빨리 전해지기를 바란다.
지난달 말 큰아이를 데리고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찾았다. 초등학생 영어듣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는데 도착해보니 이미 대기실은 꽉 차 있었다.
지역에서 1차, 2차를 통과한 아이들이 마지막 본선을 치르는 날이었는데 대상 수상자에게는 미국연수의 기회도 주어진다. 아이들도 엄마들도 모두 조금씩 긴장된 얼굴들이었다.
아이들의 시험이 시작되고 삼삼오오 엄마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사교육비 경감대책 발표 이후 이어지는 정책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서로 통해서였을까. 처음 만난 엄마들과의 대화가 아주 친근하게 느껴졌고 모두 진지했다.
이공계에 진학한다는 서약서를 쓰고 들어가게 된다는 과학고와 어문계열로 진학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외국어고 문제에 이르자 모두들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력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진 지금의 평준화 제도에서는 부모들은 특목고 진학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차피 공교육을 살리고 학원 망국병을 고치자고 나온 대책인 만큼 이번 정책이 목적대로 우리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한 제도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몇 해 전 자녀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떠난 친구에게서 아주 부러운 e메일을 받았었다.
아이가 학교를 너무 좋아해서 일요일에도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면서, “엄마, 이곳에 온 뒤로 내 마음이 착해진 것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아마 아이도 피부로 느끼는 것이겠지, 부러우면서도 우리의 학교현실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해졌다.
틀에 박힌 교육을 해 온 변화하지 않는 학교도, 그동안 내 아이만 생각했던 이기적인 부모도, 이제 우리 모두가 변해야겠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가꿀 수 있는 그런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일, 그것이 이 땅에 아직 살고 있는, 이 땅을 떠날 수 없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꼭 해 주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정혜경 서울 강동구 고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