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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스포츠카페]올림픽예선 중국戰 결승골 조재진

입력 | 2004-03-07 18:17:00

'한국의 대표 킬러'를 다짐하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조재진. 수원=전영한기자


‘13억 중국을 울린 사나이’ 조재진(23·수원 삼성).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홀쭉해져 있었다. 3일 2004아테네올림픽축구 최종예선 중국전이 끝난 뒤 80kg이던 몸무게가 77kg으로 줄었기 때문.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려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주인공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온 몸에 힘이 빠져 걷기조치 힘들었다고.

●한 경기 한 경기가 살을 깎는 고통

“선수들 모두가 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한일전에서 진데다 중국이 강하다고 해 자나 깨나 중국을 깰 비책을 연구했어요. 코칭스태프가 주는 자료를 토대로 포지션별로 비디오를 보며 분석했습니다.”

중국전 승리의 주역인 그의 얼굴엔 승자의 여유가 배어 있었다. 하지만 패했다면 어땠을까.

“지난해 말 성인대표팀으로 나가 베트남과 오만에 연패를 당했을 땐 인간적인 모욕까지 당했습니다. 공갈포니, 자질이 의심스럽다느니. 축구선수로 그 때가 가장 고통스러웠습니다. 열심히 했는데….”

지난달 올림픽대표팀 한일전에서 패했을 때도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축구 얘기만 나오면 온 국민이 흥분하는 마당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특히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골을 못 넣고 지면 모든 비난을 뒤집어써야 한다. 그러나 골을 넣어 승리했을 때 느끼는 짜릿함,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그 쾌감 때문에 어떤 비난도 감수한다.

●고통을 통해서 성숙한 킬러

김호 전 수원 감독은 조재진을 ‘제2의 황선홍’이라고 불렀다. 조재진은 2000년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그는 프로 데뷔전도 치르지 못하고 오른쪽 무릎 슬개골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았다. K리그 데뷔전은 그해 7월31일에야 치를 수 있었다.

이 부상으로 결국 2군으로 밀려났고 2001년 말 군대에 입대했다. 그러던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지난해 5월 움베르토 쿠엘류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은 것. 이동국(광주 상무)과 김은중(안양 LG) 등을 제치고 엔트리에 낀 그는 이 때부터 ‘쿠엘류호의 황태자’로 불렸다.

하지만 킬러로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지난달 열린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솔직히 그땐 준비가 덜 돼 있었어요. 쿠엘류 감독님이 저를 뽑는 바람에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준비 됐습니다.”

●준비한 자만이 세계를 호령한다

조재진은 연습벌레로 불린다. 공식 훈련이 끝난 뒤에도 후배들에게 다양한 각도에서 크로스를 올려달라고 해 문전에서 결정력을 높이는 개인훈련을 한다. 슈팅 자세 교정에도 중점을 둔다. 볼을 찰 때 디딤발이 불안해 슈팅 타이밍이 잘 안 맞아 찬스를 놓치기 때문.

“골잡이는 골로 말해야 합니다. 다른 변명은 필요 없어요. 기회가 오면 골로 연결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황)선홍이 형처럼 될 때까지 노력할 겁니다.”

그는 황선홍의 조언에 따라 하루 8시간 이상 잔다. 또 몸에 도움이 되는 것만 먹는다.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야 코칭스태프에게 좋은 인상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이)동국이형과 (김)은중이형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제가 대신 대표팀에 뽑혔거든요. 저도 언제 그런 일을 당할지 모르잖아요. 준비돼 있어야 기회가 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선수가 지려고 경기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부족할 때도 많지만 팬들을 즐겁게 해드릴 자신 있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수원〓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조재진은 누구?▼

△생년월일=1981년 7월9일

△신체조건=1m85, 80kg

△가족관계=조희경(56) 우학자(50)씨의 1남2녀중 막내

△출신교=신산초(파주), 숭신초(서울), 대신중, 대신고

△대표팀 경력=청소년(98∼2000), 올림픽(2002년∼), 성인대표(2003년 5월∼11월)

△A매치 데뷔=2003년 6월8일 우루과이전, 7경기 출전 2득점

△취미=친구들과 차 마시며 얘기하기, 애견 버니즈마운틴 2마리와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