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3월 폭설’로 중부권 고속도로와 국도가 마비된 5일과 6일, KBS가 ‘재난방송’을 게을리해 국가기간방송이란 간판을 무색케 했다. KBS는 지난해 4월 정연주(鄭淵珠) 사장 취임 이래 뉴스 시사 부문의 대표 채널임을 강조해왔으나 지난해 9월 태풍 ‘매미’에 이어 이번 사태로 다시 한번 ‘재난방송’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KBS 1TV는 5일 뉴스 속보를 편성해 한두 시간 간격으로 폭설 관련 뉴스를 10∼30분씩 방영했다. 그러나 이 보도들은 현장 상황을 담은 유사 화면만 되풀이했을 뿐 노약자에 대한 보호 요령, 자동차의 긴급 회차나 주유, 음식물 취득과 휴대전화 방전시의 조치 등에 대해서는 정보를 거의 주지 못했다.
1TV는 또 폭설에 갇힌 이들의 고통이 가장 심했던 6일 새벽에는 관련 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 6일 0시8분부터 10분간 내보낸 속보가 전부였으며 오전 5시반에야 관련보도를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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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이들이 의존해야 했던 KBS 라디오도 ‘재난방송’과는 거리가 멀었다. KBS 제1라디오는 5일 오후 4시10분과 5시12분 두 차례 폭설 관련 방송을 내보냈을 뿐 ‘재난 사태’에 대응하는 긴급 편성체제에는 돌입하지 않았다. 이 시간은 이미 중부권 일대에 수만명이 도로에 갇혀 꼼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초영(丁楚永) KBS 제1라디오 국장은 “긴급 편성은 하지 않았으나 프로그램 일부에 재해 관련 뉴스를 계속 삽입했다”고 말했다.
특히 KBS가 방영한 관련 뉴스에 대해 현장에서는 ‘오보’라는 지적이 많았다. 탁제관씨는 7일 새벽 KBS 뉴스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고립된 처지에서 KBS 뉴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5일 오후 8시경이면 통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보하는 등 계속 오보를 내보냈다”고 분개했다. 서혜숙씨는 같은 게시판에 “구호단체에서 고립된 운전자와 승객을 위해 빵 우유 라면을 제공했다고 KBS가 방송했지만 일부지역에 국한됐는지 우리는 먹을 것을 구경도 하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이창현(李昌炫) 국민대 언론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일본에서는 지진이 나면 NHK가 키스테이션이 돼 재난방송을 시작한다”며 “KBS는 이번 사태를 맞아 고립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주는 기간방송의 역할을 다했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교통방송(TBS) 인터넷 게시판에도 현장 상황과 다른 보도에 대해 청취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