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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2004]포스코 포항제철-전직원 비상조업 ‘金물’ 만든다

입력 | 2004-03-07 18:41:00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1선재공장에서 직원들이 선재압연 공정을 거쳐 생산돼 나오는 코일 형태의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이 공장은 올해 들어 생산라인을 풀가동해 못 나사 등 철강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선재를 매달 1만t씩 추가생산하고 있다. 김태한기자


《“쇳물이 아니라 ‘금(金)물’입니다.”

6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제선공장. 용광로에서 막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쇳물을 지켜보던 이희근 공장장은 “철강재 품귀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의 처지를 알지만

쇳물 생산량을 갑자기 늘릴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선공장은 철광석과 코크스(석탄덩어리)를 용광로(고로)에서 가열해 철강재의 재료인 쇳물을 뽑아내는 곳. 제조된 쇳물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공정과 압연공정을 거쳐 산업현장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철강재로 완성된다.

철강재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이 곳은 국제 원자재난 이후 줄곧 비상 조업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설비에서 쇳물 생산을 늘리려면 가동시간을 늘리는 것 외에도 투입 원료를 엄선하고 고로를 최적상태로 가동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제선공장은 가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지난달에는 10주마다 돌아오는 수리작업도 이 달로 미뤘다. 이 공장장은 “단 한 시간이 아까운 상황이라 이번에 돌아오는 수리작업은 16시간 걸리던 것을 13시간 안에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항제철소의 각 제선공장은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2만2000여t의 쇳물을 증산했다.

철강재 품귀 현상을 몰고 온 국제 원자재난은 세계 4위의 철강업체인 포스코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철광석과 원료탄 등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원료의 가격이 20% 정도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 공장장은 “국제시장에서 원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반입되는 원료의 품질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하지만 철강재 품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을 위해 올해 주요 철강제품의 내수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 올해는 내수용으로만 선박제조에 사용되는 후판은 29만t, 못 나사 철사 등의 생산에 쓰는 연강선재는 1만5000t, 주물업체들에 공급되는 주물선은 5만t을 더 공급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후판재의 수출도 줄이기로 했다. 또 각 고로의 생산성을 높여 올해 1000억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1제선공장 인근 2후판공장도 증산목표 달성을 위해 하루 300t 이상 증산을 목표로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인근 1선재공장의 상황도 비슷했다. 이 곳의 최승동 공장장은 “매달 1만t 이상을 증산하고 있지만 제품이 나오기가 무섭게 출하돼 재고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화재사고가 발생한 전기강판 공장도 복구 작업이 모두 끝나 정상 가동을 앞둔 상태였다.

한편 제철소 곳곳에서는 철강재의 원료인 고철 모으기 운동이 한창이었다.

제선부 박종서 주임은 “직장협의회 주관으로 전 부서에서 제철소와 주택단지내 고철을 모아 재활용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제선부의 경우 1주일 만에 220t의 고철을 모았다”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주요 철강업체들의 국내 공급 확대 노력과 유통업체에 대한 매점매석 행위 단속에 힘입어 국내 시장의 철강재 품귀 현상이 조만간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철강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주요 철강재의 가격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