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님들의 손 위에 배당금을 쏟아드리겠습니다.’
호전된 실적 발표와 함께 배당금을 늘리는 미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지난주 연 배당금을 주당 52센트로 44% 높인다고 발표했다. 회사측은 “한 해 장사를 잘했기 때문에 이익을 주주들과 나누려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배당금 증가로 창업주인 월튼가(家)가 얻게 되는 수입만 8억7300여만달러.
반도체 기업인 퀄컴도 지난주 8개월 만에 배당금을 7센트에서 10센트로 늘렸다. 유명 의류디자인 업체 케네스 콜은 분기 배당금을 33% 늘렸고, 사무용품 업체인 스테이플은 사상 처음으로 주당 20센트의 배당 계획을 밝혔다.
올해 들어 3월 초까지 배당금을 높인다고 발표한 미 기업 수는 모두 74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4개 기업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메릴린치증권의 론 왝슬러 연구원은 “S&P500 기업들의 지난해 4·4분기 실적 발표에서 두드러진 것은 재무 상태 호전”이라며 “현금이 넘쳐나기 때문에 기업들이 뜻만 있으면 배당을 높이는 등 지갑을 열어젖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배당금 증가에는 정부의 배당세 인하 정책도 크게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기업 배당금에 대한 소득세율을 최대 39%에서 15%로 낮췄다. 이중과세라는 비판을 받았던 세금 부담이 줄어들고 배당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배당금 상향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
기술 투자를 이유로 배당에 무관심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30년 만에 첫 배당 지급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MS는 지난해 9월 배당금을 주당 16센트로 정했다. 씨티그룹도 전년보다 75% 늘렸다. 월마트는 배당금 인상과 함께 7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상당수 기업들은 배당금 올리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경제 조사 기관인 NBER에 따르면 세금이 줄어든 뒤 1200여개 기업의 평균 배당 증가율은 9%에 그쳤다. 주가가 높은 수준에 와 있는 S&P500 기업들의 연평균 배당수익률도 1.46%에 머물고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