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상원의원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직후부터 시작된 공화 민주 양당의 대선광고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국가적 비극인 9·11 테러참사를 대선 광고에 이용했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각각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가세, 2라운드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공화당은 반(反) 부시 운동의 첨병인 진보파 유권자단체 ‘무브온(MoveOn)’의 광고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9·11 광고 찬반 대리전=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약속이라도 한 듯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선광고 문제를 사설로 다뤘다. 마치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는 “9·11 테러로 인한 상실감과 보통사람의 영웅적인 행동에 편승한 후보자는 유권자로부터 외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다음 대통령을 선택하기 위해 미국인들은 비극이 발생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서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9·11 테러는 진주만 공격 이후 최악의 미국 본토 공격인데도 민주당과 이에 동조하는 미디어들은 이 문제가 대선 이슈가 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11일 뉴욕에서 열리는 9·11 희생자 기념행사에 참석해 선거 연설을 할 계획이다. 한 측근은 “우리가 원하던 선거 이슈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무브온 논란=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5일 전국 250개 TV 방송국에 ‘무브온’의 모금광고 방영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RNC는 이른바 ‘소프트머니(정당후원금)’를 받아 운영되는 무브온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광고에 돈을 쓰는 것은 연방 선거자금법 위반행위라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법을 내세웠지만, 내심으로는 4일부터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광고를 본격화해 온 무브온의 발을 묶기 위한 것.
무브온은 당초 190만달러를 들여 5일 동안 17개 격전지역에서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는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었다. 무브온을 창설한 웨스 보이드는 추가로 100만달러를 들여 일부 주에서 1주일간 연장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반 부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무브온(MoveOn.org)▼
반 부시 운동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온라인 정치단체. 1998년 9월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공화당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으로 명성을 날렸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실리콘밸리 기업인 존 블레이즈와 웨스 보이드가 만들었다. 최근 인터넷 회원 230만명을 바탕으로 반 부시 운동을 지원할 자금 1000만달러 모금활동에 들어갔다. 위력이 커지자 공화당지지 단체인 ‘성장을 위한 클럽’은 1월 7일 무브라이트(Move-right)라는 대항 온라인 단체를 결성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