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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군 신부 ○○○군”…남성동성애자 첫 공개결혼식

입력 | 2004-03-07 19:11:00

7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열린 우리나라 첫 동성애자 공개 결혼식에서 이상철씨(오른쪽)가 ‘동반자’인 박종근씨에게 결혼반지를 끼워주고 있다. 연합


7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의 한 동성애자 전용 카페.

남성 동성애자 이상철씨(36)와 박종근씨(32)의 결혼식이 직장동료 등 하객 10여명의 축복 속에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자들의 공개 결혼식은 이번이 처음. 동성애자들의 결혼은 현행법상 인정되지 않아 지금까지 이런 카페에서 결혼식만 암암리에 열렸을 뿐이다.

이들의 결혼식은 여느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주례와 축가, 화촉 점화, 혼인서약, 예물반지 교환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다만 ‘신랑’ ‘신부’ 대신 ‘동반자’라는 표현이 사용됐다.이씨가 다니고 있는 동성애자 온라인 서비스 회사 ‘딴생각’의 대표이사 박철민씨(30)는 주례사에서 “이날 결혼식이 이 사회에서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이들은 2002년 10월 동성애자들이 자주 모이는 한 극장에서 처음 만났다. 첫눈에 반한 이들은 한 달 뒤 동거를 시작했고 그동안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겼던 박씨는 결혼식을 통해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들은 사회적 편견에 대한 부담감에 수차례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지만 결혼식을 계기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됐다는 것. 이씨는 결혼식이 끝난 뒤 “명절 때만 되면 괴로웠지만 앞으로는 박씨와 고향에 가서 가족들을 설득하고 어울릴 것”이라며 “앞으로 동성애자 부부도 이성애자 부부들이 받는 세제혜택이나 건강보험 등 합법적 사회보장을 받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결혼식 후 이들은 경기 가평군 청평댐 인근으로 1박2일간의 신혼여행을 갔다 온 뒤 지금까지 동거하던 은평구 녹번동 오피스텔에서 신혼생활을 할 계획이다. 이씨는 회사에 다니고 박씨는 가정주부 역할을 할 예정. 이씨는 “8일 관할구청에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만 거절당할 경우 법무사의 공증을 받는 것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