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외교무대에서 활동하며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한국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총 38개 국제기구에서 231명의 한국출신 전문직 직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 비해서는 크게 늘어난 것이지만 분담금 규모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지난해 한국의 정규 유엔분담금 비중은 1.851%로 191개 회원국 중에서 10번째로 많은 돈을 내고 있다.
이 정도 분담금에 적절한 국제기구 진출 규모를 정확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지금보다 늘어나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2001년 아시아 국가들의 분담금 상승으로 한국은 직원 수에 있어서 ‘과소 진출(under-represented)’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유엔은 직원의 적정 진출 규모에 미달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국별채용시험(NRE)’을 실시하고 있다. 국제기구 취업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은 이 시험에 도전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유엔 회원국들은 또 정부예산으로 1∼2년 과정의 ‘초급전문가(JPO)’를 선발해 국제기구 사무국에 수습 목적으로 파견하고 있다. 한국은 매년 평균 7명의 JPO를 파견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대폭 늘려서 국제기구 지원자들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은 매년 40여명의 JPO를 파견하고 있다.
전문직 직원뿐 아니라 고위직 인사의 국제기구 진출을 확대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고위직에 진출하는 한국인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한국의 발언권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 유엔본부 사무국에는 12개의 부서가 있는데 이들 부서의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차장(USG) 11명 중에는 단 한 명의 한국인도 없다. 고위직 공석(空席)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국제기구 관리능력을 갖춘 우수한 후보자들을 사전에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승호 전 모로코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