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금융회사가 소액 연체자에게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채무 부담을 덜어주도록 유도하는 신용불량자 대책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채무재조정에 나서는 금융회사들에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신용불량자 대책에 대해 “소액 채무자와 한계 신용불량자는 은행 창구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용불량자 대책은 개별 금융회사가 주도=이 부총리는 이날 “선심성 정책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패키지’ 형태의 종합적인 대책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며 “전체적인 방향은 개별 금융기관이 주도하며 정부는 도와주는 역할만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부총리는 11일 정례 브리핑 때 신용불량자 대책의 기본 윤곽만을 발표할 예정.
그는 신용불량자 문제를 △개별 금융회사의 소액 연체자 지원 △배드뱅크(bad bank·은행들의 부실 채권을 모아 처리하는 곳)를 통한 다중채무자 빚 처리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신용회복) 등 3단계로 처리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액 채무자 처리와 관련해 “5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불량자가 전체 신용불량자의 4분의 1”이라며 “이는 은행 입장에서 손실처리가 된 상황인 만큼 5∼8년에 걸쳐 여유 있게 받아도 되기 때문에 은행 창구에서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등이 실시중인 신용불량자 지원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500만원 이하의 소액 신용불량자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원금의 5%를 상환하면 나머지는 8년 이내의 장기대출로 전환해주고 신용불량 등록을 해제해준다.
▽원금탕감도 되나=이 부총리는 “원리금을 떼어 먹지는 못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열심히 갚아 나가면 인센티브가 제공되며 (금융기관들이) 8년까지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원리금을 일부 탕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배드뱅크에 대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다중 채무는 한꺼번에 몰아서 처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신용불량자 채권을 가진 모든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의 실효성=이 같은 3단계의 신용불량자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별 금융회사의 신용회복지원의 경우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자율적으로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실시한 바 있으나 까다로운 조건 등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신용불량자가 거의 없었다. 배드뱅크도 산업은행과 LG투자증권 주도로 진행 중인 다중채무 공동채권추심 프로그램이 금융회사들의 소극적인 참여 등으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단계별 신용불량자 대책 주요 내용단계지원 주체내용1단계각 금융회사500만원 이하 등 소액 연체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각 금융회사들이 개별적인 프로그램으로 신용회복 지원. 국민 하나은행 등과 같이 채무재조정을 실시하면서 신용불량 등록 해제2단계배드뱅크
(bad bank)일정 금액을 일정 기간 이상 연체한 다중채무자들의 채무를 금융회사들이 공동으로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에서 처리3단계신용회복위원회개인워크아웃(신용회복)을 통해 최장 8년 동안 빚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채무재조정 실시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