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이 넘친다고요? 눈 씻고 찾아보세요. 어디 농촌에 자원봉사자가 있는지….”
8일 오후 3시 충남 논산시 상월면 산성리 들녘의 비닐하우스 단지. 하우스 안에서 딸기를 따내는 이기창(李基昌·62)씨는 “자원봉사자가 몇 명 찾아와 일하고 있지만 일손 부족을 채우기에는 터무니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씨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 산성리 15개 딸기농가(비닐하우스 102동)에 7, 8일 찾아온 자원봉사자는 30명선으로 농가당 하루 1명에 불과하다.
현재 딸기나 방울토마토 농가의 경우 무너진 비닐하우스에 버팀목을 세우거나 굴착기로 들어올린 뒤 당장 수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손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
“다만 몇 명이라도 일손 좀 보내줘야지.” “일손이 있어야 보내 주죠. 저도 답답해요.”
상월면 사무소를 찾아가자 산업계 직원과 인근 상월면 한천리의 인삼 경작자인 이규태씨(李圭台·66)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씨는 “3년생 인삼밭(5500평)의 해가림 시설이 폭설로 무너졌다”며 “당장 복구한 뒤 이달 말까지 농약을 치지 않으면 농사를 망칠 판이지만 일손을 구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무너진 축사와 비닐하우스를 치우기 위해서는 페이로더나 산소용접기, 집게차, 화물차, 절단기 등의 장비가 필요하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1000여평의 비닐하우스가 무너진 송재근씨(70·충북 청원군 강외면)는 “그나마 인근 군부대나 경찰 등에서 인력은 지원되지만 정작 작업에 필요한 장비가 없어 삽과 쇠톱 등 원시적 장비로 작업하다 보니 일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비닐하우스를 들어올리거나 철거하는 데 필요한 굴착기 등 특수 장비가 부족한 데다 비용이 고가인 점을 감안해 이들 업체에 자원봉사를 요청하거나 행정기관이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비닐하우스를 철거한 뒤 곧바로 다시 세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철근 파동’으로 인해 비닐하우스용 쇠파이프가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기창씨는 “철근 파동 이전부터 비닐하우스용 쇠파이프를 구하려면 선불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15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한 동을 세우려면 9m짜리 파이프 200개와 폭 10m, 길이 90m짜리 비닐 1롤이 필요하다.
충남과 충북의 비닐하우스 피해는 1500ha를 넘기 때문에 최소한 30만개의 파이프와 3만2500롤이나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8일 조달청과 농협에 쇠파이프 등 시설재배농가용 자재를 확보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충남북과 경북의 인삼재배 면적 1700여ha(잠정집계)도 피해를 보았으나 복구용 지주목을 구하지 못해 농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인삼조합 조순행(趙淳行) 제조과장은 “지주목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올해 인삼농사는 완전히 망친다”고 말했다.
논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영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