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가까운 회원을 보유한 쌍절곤 동호회.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함께 모여 온,오프라인 행사를 가지고 있다. 강병기기자
“아뵤∼.”
서울 중랑천 둔치 공원. 휴일마다 이곳엔 쌍절곤을 돌리는 젊은이들의 ‘괴성’이 가득하다. 타계한 홍콩 무술영화 스타 이소룡이 신기에 가까운 솜씨를 보였던 바로 그 무기다.
70,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쌍절곤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카페 ‘쌍절곤’(cafe.daum.net/nunch)은 회원수만 1만명 가까이 된다. 서울-경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 5개 연합모임이 있어 정기적으로 모이는 전국구 동호회 모임이기도 하다. 중랑천 둔치에 모인 ‘무술인’들은 서울-경기 연합모임 회원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계층이 모이지만 관심은 오직 한 가지. ‘어떻게 하면 멋있게 쌍절곤을 돌릴까’다.
인터넷을 통해 뭉친 만큼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철저하게 닉네임으로 통한다. 대학생 형님이라도 초등학교 회원에게 ‘쌍절곤 짱’님이라고 닉네임 뒤에 ‘님’을 붙여 존대를 한다.
지난해 4월 3일 이 카페를 처음 개설한 ‘용가리’. 처음 개설했을 때는 회원이 100여명에 불과했으나 동영상 자료를 올려 혼자서도 쌍절곤을 연마하기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몇 달 만에 5000명을 돌파했다고.
올 초 개봉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쌍절곤 인기에 불을 지폈다. 연예계 ‘몸짱’ 권상우가 번개처럼 쌍절곤을 돌리는 모습이 영화에 나오자 카페 회원이 폭증했다.
쌍절곤 서울-경기 연합모임은 한 달에 두 번 정기모임을 갖는다. 한 번은 자신이 갈고 닦은 기술을 보여주고 고수들에게 한 수 배우기 위해 가지는 모임. 두 번째 모임 땐 장애인들이 모여사는 재활원을 찾아가 원생들을 목욕시키고 밥을 먹여주는 등 봉사활동을 한다. 함께 모여 쌍절곤을 돌리다가 “우리도 좋은 일 해보자”는 한 회원의 제안에 봉사활동을 시작했단다.
닉네임 ‘㈜겁없는 소녀’는 “봉사활동을 하니 정신이 맑아져 기술 연마도 더 잘 되는 것 같다. 또 어린 회원들에게 모범이 되니 정말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회원간에 긴장감이 돌 때도 있다. ‘자율학습’으로 쌍절곤을 연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합기도 도장, 특공무술 도장, 이소룡이 창시했다는 절권도 도장에서 전문적으로 배우는 회원들이 제법 있기 때문. 그래서 도장의 명예를 걸고 경쟁을 벌이는 일도 있다.
쌍절곤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5000원짜리부터 수십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일부 회원들은 쌍절곤을 직접 만들어 회원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한다.
위험하지는 않을까? “쌍절곤을 돌리다 자기 머리를 때려보지 않은 회원은 없을 꺼예요.”‘쿠쿠냥냥’은 “혼자 배우는 것보다 카페에서 동영상 시범을 보고 또 정기모임에서 고수들에게 한수 배우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동호회 자랑을 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