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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종합]佛귀화설 쇼트트랙 최민경 현지인터뷰

입력 | 2004-03-09 18:17:00


“한국에서 저에게 장래가 있었다면 프랑스 대표선수가 되지는 않았을 꺼예요.”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최민경(22). 지난달 이탈리아 보르미오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6차대회에 프랑스 대표선수로 출전해 국내에 충격을 안긴 그는 8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 프랑스 디종 시에 머물고 있다.

“우리 같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대학만 나와도 할 게 없어요. 힘들게 운동했지만 모두들 금메달 딴 순간만 알아줘요. 운동하느라 공부할 시간도 놓쳤는데 사회에 나가면 공부 안 한 대가를 치러요. 더구나 여자는 빙상 코치되기도 힘들어요. 프랑스에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미래를 생각해보고 싶어요.”

그는 ‘한국 대표선수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다른 나라 대표선수가 되는 게 망서려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랑스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민경과의 일문일답.

―어떻게 프랑스 대표팀선수가 됐는지….

“2002년에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접었어요. 학교(이화여대) 친구들이 프랑스에 많이 가길래 나도 여행 삼아 왔어요. 그러다 아는 사람을 통해 만난 프랑스 빙상 대표팀 관계자가 대표선수로 뛰어달라고 했어요. 프랑스는 아직 쇼트트랙 수준이 낮은 편이어서 제가 뛰어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2002년 4월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나요?

“탈락한 게 아니라 안 나갔어요. 한국에선 선수로서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거든요. 또 잘 하는 후배들을 위해 비켜줘야 한다고 생각했구요. 그래도 나는 연금을 타잖아요.”

최민경은 2001년 폴란드 자코파네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3관왕에 오른 뒤 2002년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 매달 경기력향상연금 100만원을 받고 있다.

―요즘 생활은?

“여기는 대표팀이라도 1년 내내 합숙하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공부를 하다가 경기가 있을 때 선발전을 거쳐 대표팀을 구성하기 때문에 평상시는 디종에서 어학과정에 다니고 있어요.”

―앞으로 프랑스에 귀화할 생각인지….

“프랑스 대표팀 쪽에서는 하라고 하는데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귀화 전에도 프랑스 대표선수로 뛰는 게 가능합니까?

“ISU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내가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고, 1년 이상 한국 국가대표팀으로 뛰지 않았으면 된다고 합니다.”

최민경의 아버지 최성운씨(56)는 “프랑스 빙상협회가 딸에게 대표선수와 코치 자리를 보장하고 동계올림픽에서 3위 이상만 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추천하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제 귀화 여부는 최민경의 선택. 하지만 무엇이 그로 하여금 프랑스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했을까. 전화 인터뷰를 끝낸 뒤에도 한참동안 여운이 남았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