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대책 약발은 길어야 5년, 조합 내 다툼의 후유증은 짧아도 5년
설 연휴 이후 재건축 단지들의 시세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재건축 투자는 이제 끝났다’는 예측이 두 달도 안 돼 빗나가고 있는 것.
지난해 재건축 시장을 겨냥한 안정대책이 20여 번이나 발표됐다. 그때마다 재건축 시세는 잠시 주춤하다가 반등하기를 거듭했다. ‘10·29대책’이라는 치명타를 맞고도 3개월여 만에 바닥을 딛고 일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너무 많이 빠진 데 따른 자연스러운 반등’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호재라고 해 봤자 조합원총회가 열려 임원이 교체되고 시공사 연대보증, 세입자 이주 등 몇 가지 절차에 대한 승인이 이뤄진 게 고작이다. 재건축사업 진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서슬 퍼런 정책의 ‘약발’이 서서히 가시고 있는 것.
부동산 고수들은 ‘재건축 투자는 버티기 게임’이라고들 한다.
재건축사업은 사업 결의→안전진단→조합 창립→조합 설립 인가→사업계획 승인→이주→철거 및 착공→분양→사용검사→입주→조합 해산 등으로 이어지는 머나먼 항해다. 보통 5∼8년 걸리며 10년을 넘기는 경우도 흔하다.
반면 재건축대책의 시효는 1, 2년이 태반이요 아무리 길어봤자 4, 5년이다. 정권 초기와 안정기 사이 1∼2년 만에 정책 방향이 달라지고 5년이면 정권 자체가 바뀐다.
재건축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은 정부 정책이 아니라 조합 문제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정책은 바깥 날씨와 같아서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 ‘저절로’ 해결되지만, 집안싸움이 났다는 소문이 나면 두고두고 후유증을 앓게 된다는 것.
조합 내분은 대개 시세가 ‘독이 오를’ 때쯤 불거져 나와 시장에 큰 충격을 준다. 여기서 비롯된 신인도 하락은 내분이 수습된 뒤에도 여간해선 만회되지 않는다. 초기에 ‘사업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은 단지가 조합 설립 과정에서 빚어진 잡음으로 철저히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다.
재건축투자의 첫 번째 요령은 ‘시끄러운 조합을 피하고 사업 진행이 빠른 곳을 택하라’이다. 아무리 입지 여건이 탁월하고 사업성이 좋아도 사업 기간이 늦춰지면 금융비용과 기회비용이 커져 투자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움말:김우희 저스트알 상무, 김광석 닥터아파트 정보분석팀장)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