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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이정은/워런 버핏이 한국에 투자한다면…

입력 | 2004-03-09 19:05:00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 여러분께….’

미국의 전설적인 가치투자자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매년 초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 편지에는 버핏 회장의 투자 철학과 통찰력이 담겨 있어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 왔다.

지난주 공개된 편지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고백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버핏 회장은 미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과 함께 “올해 수익성이 작년보다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한마디로 미국 증시가 고평가 상태에 접어들면서 싼 주식을 찾기 힘들어졌다는 것. 저평가된 가치주를 사들인 뒤 장기 보유해 수익을 내는 그의 투자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 상황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쌓아둔 현금만 360억달러. 버핏 회장은 주식투자 대신 이례적으로 외환 투자도 늘리고 있다. 이런 편지 내용에 대해 일부 언론은 “창조적인 투자 아이디어가 바닥났다”는 실망스러운 반응까지 내놓았다.

버핏 회장이 한국 증시에 눈을 돌린다면?

그를 추종하는 한국의 가치투자자들은 “살 만한 주식이 널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시아 증시의 성장성, 개선되는 기업 실적, 저가(低價) 매력 등을 따져보면 새로운 기회는 바로 우리 옆에 있다는 것.

마크 파버 투자회사의 파버 회장은 ‘내일의 금맥’이라는 저서에서 “전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보유자산 가운데 50% 이상을 아시아에 투자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한국 시장을 싹쓸이하는 외국인과 달리 막상 한국의 개미투자자들은 줄기차게 증시를 떠나고 있다. 버핏 회장 같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행운아’라는 점을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투자기회가 없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투자 판은 늘 새로 짜인다. 다만 새로운 판에서 통용될 투자법칙을 투자자들이 꿰뚫어보지 못하는 게 늘 문제다.”

파버 회장이 신흥시장의 가능성을 언급한 이 문장을 되새겨볼 때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