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복원공사 과정에서의 문화재 발굴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시 공무원, 시 의원,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 127명으로 구성된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는 복원을 빙자한 개발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서울시는 철저하게 문화재 복원을 하며 청계천 복원을 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은 8일 서울시에 “청계천 유적 발굴조사가 진행 중인 6개 지역 반경 10m 이내로 발굴 업무 이외의 공사를 중단하기 바란다”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는 이를 수용해 공사를 잠정 중단한 상태. 하지만 조만간 구성될 문화재보존자문위원회의 지침을 받는 대로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청계천 문화재 훼손됐나=시민위 노수홍 기획조정위원장(연세대 교수·환경공학)은 “지난 1년 동안 서울시에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라고 수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은 “청계천 문화재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문화재청 소속 매장사적분과 위원들은 5일 청계천 복원 현장을 조사했다.
문화재청 최맹식 매장문화재과 과장은 “청계천 문화재 발굴의 점검 차원에서 서울시에 공사 자제를 요청했다”면서 “유적이 훼손된 것은 아니며 기초 자료를 조사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청계천 복원과 관련한 문화재 보호조치는 서울시에서 구성할 문화재보존위원회에 일임할 계획이다.
▽광교 수표교 복원 가능한가=시민위는 광교 수표교의 원형 원위치 복원이 필요하며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가 마련한 복원공사 설계에 따르면 하천 폭은 동아일보에서 동대문까지는 22m로 균일하다. 과거의 광교 폭은 12m, 수표교는 27m.
이처럼 서울시가 하천 폭을 균일하게 설계했기 때문에 광교는 짧아서, 수표교는 길어서 다리를 놓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게 시민위의 주장.
시민위는 설계를 변경해 기존의 하천 폭을 그대로 살리고 광교와 수표교에 홍수 박스를 별도로 설치하면 2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큰 홍수에도 다리가 견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집중호우 때 광교나 수표교 교각 등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원형 원위치 복원은 어렵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하천 양 옆으로 2차로 도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하천 폭에 차이를 둘 경우 폭이 넓은 곳에서는 하천 위를 지나가는 도로가 필요해 청계천 복원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망=시민위는 12일 기획조정위원회를 열어 서울시가 내놓은 청계천 복원 실시설계를 수용할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시도 이번 주 중 구성될 문화재보존자문위원회에서 시민위의 안까지 포함해 복원공사 추진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위가 결정을 받아들일지 불확실해 청계천의 문화재 복원과 관련한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청계천 복원공사는 지난해 7월 착공해 현재 3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완공 예정은 내년 9월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늦어질 수도 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양윤재 청계천복원 추진본부장 인터뷰▼
“청계천 복원은 문화재를 되살리는 전통과 하천을 새로 만드는 개발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윤재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은 문화재청의 청계천 문화재발굴지역에서의 공사 중단 요청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과거로의 무조건적 회귀에는 반대했다.
“청계천은 박물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하천입니다. 빗물과 하수 등 물의 흐름을 고려해 공사를 서두르지 않으면 2001년처럼 광교 일대가 다시 물에 잠길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그는 청계천을 18세기 모습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의 일부 인사와 시민단체의 주장은 당시 서울의 인구가 20만명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청계천을 18세기 당시와 똑같이 복원하자는 것은 ‘어릴 적 입었던 옷을 어른이 돼서 다시 입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원형 발굴도 중요하지만 생활에 필수적인 부분은 개발이 불가피합니다.”
양 본부장은 또 “광교 수표교 등을 원형대로 복원해 청계천에 설치할 경우 큰비가 내렸을 때 휩쓸려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거듭 주장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