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친구가 부산 포로수용소 부소장으로 있다 해도 이번만은 살아남기 힘들 거야. 사찰계는 자네하고 나를 A라고 했다지 않은가. B와 C는 수용소로 가지만, A는 유치소에서 취조를 받은 후에 사살이야. 아이고, 술 한 잔 하고 싶다. 맨 정신으로 죽기는 싫어.”
쾅 쾅, 대포 소리가 들리고 B29의 엔진 소리에 쾅 하는 폭음이 겹치자 두 죄수는 본능적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쥐어짜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무슨 냄새 안 납니까?”
“아이고, 휘발유네. 유치소 주변에 휘발유를 뿌리고 있는 거야. 취조실에 기름통이 있지 않았나. 수류탄 던지고 철수하려는 거야.”
“산 채로 불타 죽겠군.”
김승재! 승재야!
“나를 불러요! 여기! 살려줘! 살려줘요!”
철렁철렁 열쇠와 열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다가오더니, 매수한 간수가 옥문을 열었다.
“빨리 나와! 폭발할 거야! 대전이 함락됐어. 밭이란 밭에 인민군이 메뚜기 떼처럼 밀려오고 있는데, 미군이 B29에서 노란 가루를 뿌려서 총검을 든 채로 픽 픽 나가쓰러지고 있다고. 나다니면 위험해. 곧바로 집에 가!”
두 죄수는 유치소에서 나오자 맨발로 뛰었다.
“어디로 가나?”
“집에 가야죠.”
“잡힐 걸.”
“밀양을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내일 고등군법회의에 부쳐져 처형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오늘밤은 아내와 둘이 보내고 싶습니다. 아저씨는요?”
“일본으로 건너갈 거야. 우리 마누라 만나거든 일본에 갔다고 전해주게.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두 죄수는 남천교 위에서 헤어졌다. 나이든 죄수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폭음이 울리고, 어둠 속에서 더욱 짙은 어둠이 떠다니듯 다가왔다. 목구멍 속에서 차가운 덩어리가 올라왔다. 그것은 자신을 송두리째 삼켜버릴 듯한 공포였다. 죄수는 폐에 모아둔 공기를 떨리는 한숨과 함께 뱉어내고 달렸다. 도망쳐! 큐큐 파파 도망쳐! 큐큐 파파 일본으로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일본으로!
글 유미리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