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따라 4월 1일부터 시작되는 교육방송(EBS)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를 앞두고 교육인적자원부와 EBS에 비상이 걸렸다. EBS 강의가 이번 대책의 성공 여부를 가리는 시금석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가 9일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분명한 만큼 남은 기간 중 예상되는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 국민에게 미리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 준비 과정부터 허둥지둥하는 흔적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은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기술적 문제=현재 문제의 핵심은 초급 및 고급 수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강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의 여부다.
당장 4월 1일부터 학생들이 한꺼번에 인터넷 접속을 시도하면 서버가 다운될 수도 있다. 현재의 서버 용량이 강의 대상 인원 160만명의 7%가량인 11만8000여명만 동시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전국 고교생이 호기심에서라도 한꺼번에 접속을 시도할 경우 서버가 과부하로 다운되거나 서비스가 지연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많은 학생들이 학교나 학원 등지에서 공부하고 밤늦게 귀가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수십만명이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동시 접속 용량이 넘으면 ‘접속자가 많으니 다음에 접속하라’는 안내문이 나가게 되어있으며 이미 접속한 사람이 듣는 강의가 중간에 끊기는 일은 기술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의 첫날부터 접속이 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면 EBS 강의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와 신뢰도는 크게 떨어질 것이 뻔하다.
EBS 인터넷 강의를 내려받기가 가능한 다운로드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으로만 볼 수 있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도 소비자로서는 불편한 대목이다.
EBS측은 “50분짜리 동영상 강의를 내려받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뿐더러 강의 내용을 편집해 판매하는 일이라도 벌어지면 저작권 등 법률적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다운로드 방식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선 학교에 대해서는 EBS측이 강의내용을 담은 디스크를 배포할 예정이다.
하지만 EBS 수능 강의는 무료이며 심야시간에 자동으로 다운로드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EBS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사교육 대비 경쟁력=선발 주자인 온라인 사교육 업체에 비해 EBS 수능 강의가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온라인 사교육 업체들은 과목별로 여러 명 강사의 강의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선호도에 따라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EBS 강의는 강사 한 명이 한 과목을 전담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입시학원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한 가지 주제도 기본개념, 취약점 공략, 문제풀이 등으로 세분화해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은 것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강의교재를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는 등의 이유로 EBS 강의가 저자가 만든 교재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취약점 가운데 하나다.
EBS와 별도로 인터넷 강의를 준비 중인 서울 강남구청 이재붕 문화공보팀장은 “손에 익지 않은 교재로 강의하면 능률이 떨어진다는 강사들의 의견을 존중해 강사들이 직접 만든 교재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BS만 보면 되나=학부모와 학생들은 EBS 강의로 학습 부담만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수험생이면 누구나 EBS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어차피 남들보다 앞서려면 ‘EBS+α’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것.
고교 3학년 수험생을 둔 학부모 김모씨(41·여·강남구 대치동)는 “효율적인 공부법을 알기 위해 학원과 학교를 찾아다니며 상담하고 있다”며 “정부 말만 믿고 학원을 안 보낼 수도 없고 이래저래 혼란스럽다”고 하소연했다
EBS 수능 강의가 또 다른 사교육 수요를 촉발해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별취재팀
홍성철 기자(팀장)
이헌진 이완배 손효림 길진균 조이영 정양환 유재동 전지원 기자(사회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