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제도는 법원이 소추할 수 없는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 비리를 심판하려는 목적으로 14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1399년 헨리 4세는 이전까지의 탄핵 사례를 법으로 정리해 정착시키며 ‘하원이 소추하고 상원이 심리한다’는 원칙을 확정했다. 영국에서는 1805년까지 고위 각료 등에 대해 70여건의 탄핵 소추 기록이 있으나, 의회가 내각 불신임권을 행사하면서 탄핵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미국에서는 1787년 연방 헌법에서 최초로 실정법으로 만들어져 이후 프랑스와 독일로 역수출됐다. 미국 역시 ‘하원 소추, 상원 결의’ 원칙에 의해 하원이 탄핵안을 제출하면 상원이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미국에서 탄핵 소추를 받은 대통령은 1868년 앤드루 존슨과 1998년 빌 클린턴 등 2명뿐이다. 존슨 대통령은 ‘의회 모독’,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사건과 관련한 위증 혐의로 탄핵 소추됐으나 모두 상원에서 부결됐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3년 하원이 탄핵 심리에 들어가자 이듬해 사임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대통령이 탄핵된 경우가 없다.
탄핵으로 물러난 대통령은 2001년 횡령사건 연루로 국민협의회(MPR)에서 탄핵당한 인도네시아의 압두라만 와히드가 대표적.
탄핵 절차가 시작되자 사임한 대통령은 여럿 있다. 페루의 후지모리 대통령은 2000년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 절차가 시작되자 일본 방문 도중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페루 의회는 이후 그를 파면 처리했다. 필리핀의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뇌물 수수 혐의로 2000년 탄핵이 진행되자 사임했다. 파라과이의 라울 쿠바스 대통령과 브라질의 페르난두 콜로르 대통령도 각각 1999년과 1992년 탄핵 절차 도중 물러났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